임찬상 영화감독
“시나리오에 묻혀 살다보니 가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생각할 때가 있다. ‘난 영화를 하고 있다. 그래.’ 그러면서도 허전한 것은 왜일까? 그럴 때 시네마테크를 생각하게 된다. 결국 영화의 시작은 ‘본다는 행위’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면 내가 영화의 길로 들어서도록 안내해준 곳도 시네마테크였고, 창작의 길이 막힐 때 길을 열어준 곳도 시네마테크의 영화들이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씨앙씨에’나 ‘문화학교 서울’의 콘트라스트 없는 빔 프로젝터의 화면들을 보면서 흥분하고 뒤통수를 맞은 듯했던 순간들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산다는 것은 각성하는 것이고 아직도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 게다가 그 화면이 흑백이든 컬러이든 리얼사이즈의 필름 화면일 때는 더 말해 무슨 소용 있을까? 시네마테크에 가는 길은 마음 설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