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가상인터뷰] 인디아나 존스 박사의 아들, 머트 윌리엄스
2008-06-04
글 : 김경우
“고고학자도 꽤 멋진 직업 같아요”

-아니, 안 더우세요? 벌써 한여름인데 이렇게 가죽 재킷을 입고 나오다니요?
=(머리를 빗으로 쓸어 넘기며)뭐, 괜찮수다. 그 더운 페루의 정글에서도 입고 다녔는걸요 뭐.

-구리수, 아니 그리스를 바른 머리도 답답해 보이는데….
=(양 관자놀이를 손으로 꾹꾹 누르며)명색이 바이크족인데 오토바이 타다가 머리 헝클어지면 꼴사납잖아요. 그래서 바르는 거요.

-고정제라면 그리스보다는 매트 왁스가 나을 텐데…. 아무튼 어울리지도 않는 반항아 이미지는 좀 버리는 게 어때요? 아버지 결혼식 때 보니 정장 입은 모습도 어울리던데요.
=(갑자기 잭나이프를 꺼내 휙휙 돌리며)뭐? 나하고 한번 붙어보자는 거야? 이 스타일이 어째서? 이건 나의 우상 말론 브랜도가 <와일드 원>에서 입고 나온 스타일이라고. 한번만 더 그러면 한방 먹여주겠어.

-아, 저도 <와일드 원>에서의 말론 브랜도 좋아합니다. 똑 닮은 액션피겨까지 소장하고 있는걸요.
=(정색하며)아, 그래요? 오해해서 미안합니다. 사실 영화에 나온 그의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똑같은 가죽 재킷은 물론 롤업 팬츠(살짝 발목이 보이게 단을 접은 바지)에다 트라이엄프 바이크까지 샀다니까요.

-말론 브랜도도 멋지지만 뒤늦게 찾은 아버지도 멋지지 않아요? 그 연세에 아직 짱짱하시던데, 개인적으로는 저의 우상입니다.
=뭐 처음에는 재수없는 꼰대 늙은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꽤 멋진 양반입디다. 그 거구의 소련군 병사를 때려눕힐 때는 내가 다 시원하더라고. 고고학자는 옆구리에 두툼한 책이나 끼고 삐쩍 곯은 안경잡이인 줄 알았더니, 그러고 보면 고고학자도 꽤 괜찮은 직업 같아요.

-그래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고고학자가 될 생각인가요?
=뭐 아마도. 아버지가 싹이 보인다고 해서 다시 복학해서 고고학을 전공 중이에요. 공부는 젬병인 줄 알았는데 고고학은 또 재밌더라고.

-고고학 지식 외에도 필요한 게 많을 텐데요. 지구에서 위험하다는 곳은 다 가게 될 텐데 호신술 같은 건 안 익혀요?
=아버지에게는 채찍이 있지만 저에게는 요 잭나이프가 있지요. 달리는 지프 위에서 이리나 스팔코랑 싸우는 거 못 봤수? 그리고 배기량 1000cc가 넘는 애마가 있는데 뭐가 두렵겠어요. 부비트랩이 터졌을 때 아버지는 발로 뛰고, 협궤열차 타고 도망가셨지만 전 오토바이 타고 사나이답게 위기에서 탈출할 겁니다.

-사실 지금에서야 말씀드리는 거지만 이번 페루 탐험에서는 그렇게 무시무시한 부비트랩도 없었고, 악당들도 얼빵했어요. 괴물도 스케일이 약했고요. 부군께서 젊은 시절 활약했던 이집트나 인도, 요르단은 훨씬 더 와일드한 곳이었다고요. 잭나이프와 바이크만 믿지 말고 부군한테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특훈을 받는 게 좋을 듯 한데요. 하다못해 냉장고 속에 숨는 방법이라도.
=그래도 전 아버지처럼 최소한 뱀은 안 무서워하잖아요, 하하. 하긴 아버지께서 “요즘은 부모형제도 못 믿을 세상”이랍디다. 공산주의와의 냉전 때문에 이중 아니 삼중간첩까지 버젓이 돌아다니는 세상이니까. 필살기를 익히는 것도 좋지만 위험이 닥쳤을 때 정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를 얻는 게 더 필요할 것 같아요.

-뭐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진짜 위기가 닥치면 진정한 최강의 용사, 옵티머스 프라임과 범블비가 나타나 당신을 지켜줄 테니까요.
=네, 뭐라고요? 범블비…? 그거 혹시 할리 데이비슨에서 새로 나온 바이크 이름인 거요?

-(싱긋)바이크보다 백만배는 멋진 기계들이지요. 아무튼 앞으로 아버지를 뛰어넘는 멋진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헨리 존스 3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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