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섹스는 폭력의 반대말이다
2008-07-19
글 : 장영엽 (편집장)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의 텐간 다이스케 감독

이마무라 다이스케. 영화계에 입문하기 전, 텐간 다이스케의 이름이다. 텐간이 자신의 성을 버린 건 출판사를 그만 두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그의 아버지가 이마무라 쇼헤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텐간의 의도는 짐작하고도 남을 듯하다. 아버지의 세계를 넘어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것.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을 통해 이러한 시도에 성공했다. 사랑과 욕망이 중요한 테마라는 점에서 관심사는 서로 비슷하지만, 아들이 바라보는 세계는 아버지의 시선보다 훨씬 따뜻하고 낭만적이다. 미친 천재소녀와 뱀이 된 남자가 사랑을 하고, 최음제 테러를 당한 마을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밤을 경험한다. "영화가 말하는대로 섹스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폭력적인 감정으로 섹스를 하긴 어렵지 않을까. 섹스는 폭력의 반대말이다. 전쟁에서 벌어지는 섹스는 이미 사랑이 아닌 성폭행이다." 월남전 당시의 반전 구호 ’사랑과 입맞춤’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감독을 보니, 영화가 히피적 감수성으로 충만한 이유를 알겠다. 뱀이 된 남자의 에피소드 역시 9·11 테러를 주제로 11명의 다국적 거장이 메가폰을 잡았던 옴니버스 프로젝트 <110911>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당시 일본 대표로 아버지가 참여했었는데, 내가 각본을 맡았다. 영화의 주제는 전쟁에서 부상당한 병사가 뱀으로 변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때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아 이번 영화를 만들 때 주연배우였던 타구치 토모로를 뱀이 되는 남자로 다시 출연시켰다." 인간의 내면에 깊은 관심을 가진 그는 다음번엔 모호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예정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욕망에 충실한 존재지만 내면을 제어하기 위해 철학, 도덕, 문화에 의존하지 않나. 늘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에 흥미를 느낀다."

사진 안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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