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자폐증에 대한 신랄한 멜로 드라마 <벤 X>
2008-07-19
글 : 김도훈

벤 X Ben X
닉 발타자르/ 벨기에/ 2007년/ 90분/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벤은 자폐증을 가진 소년이다. 사람들의 차별에 시달리는 그가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곳은 온라인 게임의 세계다. 그곳에서라면 벤은 엄청난 슈퍼 파워를 지닌 전사의 몸을 빌려 당당하게 난관에 맞서 싸울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벤은 학교에서 끔찍한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바지가 벗겨진 벤이 학우들에게 집단으로 놀림받는 장면이 온라인에 업데이트된다. 유일한 탈출구인 온라인 세계를 침범당한 벤은 그냥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고 학우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만난 여자친구와 함께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21살 때부터 영화비평가로 활동한 닉 발타자르 감독은 <벤 X>를 통해 다양한 형식적인 실험을 시도한다. 다큐멘터리처럼 벤의 어머니와 선생님들의 인터뷰가 곳곳에 삽입되고, 카메라는 벤이 세상을 바라보는 장면을 마치 게임의 한 장면처럼 찍어낸다. 이 모든 것은 벤이라는 인물의 단절되고 분절된 심리 상태를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물론 <벤 X>의 결말은 많은 의구심을 낳을지도 모른다. 자폐 청년이 펼치는 영화적인 복수극의 반전은 지나치게 작위적이어서 종종 헛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자폐를 사회적으로 환기하는 데 봉사하는 영화의 해피엔딩은 작위적이고 감상적인 만큼이나 아련하게 가슴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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