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정교한 심리 스릴러 <52구역>
2008-07-20
글 : 장영엽 (편집장)

<52구역> Tale 52
알렉시스 알렉시우/ 그리스 / 2008년/ 97분 /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참으로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이 낯설게 느껴질 때, 현실은 공포가 된다. <52구역>은 일상의 작은 균열이 한 남자의 삶을 뒤흔드는 과정을 정교하게 묘사한 심리 스릴러다. 이아소나는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페넬로페와 사랑에 빠지고, 페넬로페는 곧 이아소나의 집에서 함께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잠에서 깬 이아소나는 연인이 사라졌음을 알게 되는데 그녀가 떠나기까지의 기억이 이아소나에겐 없다. 페넬로페를 그에게 소개한 친구들은 왜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었느냐는 말을 반복하고, 다시 만난 페넬로페는 이아소나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런데 그녀가 말하는 이아소나의 행동은 그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 영화는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며 점진적으로 남자의 불안함을 증폭시킨다. 이아소나의 방을 관음하듯 훑는 카메라는 외부와 차단된 그의 복잡한 정신세계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알렉시스 알렉시우 감독은 향후 그리스 뉴웨이브가 등장한다면, 단연 선두주자로 손꼽힐 인물이다. 첫 장편인데도 카메라와 캐릭터를 완전히 장악하는 그의 연출력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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