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20세기 초 경성, 탐정과 의학도와 발명가가 만났을 때
2008-08-05
글 : 이영진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지난해 막동이 시나리오 당선작, 미스터리 스릴러 <공중곡예사>(가제) 촬영현장

“다들 한마디씩 하세요. 곡예하느라 힘들겠다고. (웃음)” 황정민의 농담이 공연한 말장난은 아니다. <공중곡예사>(가제)는 벌써 19회차 촬영에 들어갔지만, 사전에 정보가 노출되지 않았던 영화. 제목만으로 서커스단 이야기일 것이라고 미뤄 짐작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단다. 20세기 초 경성을 배경으로 한 <공중곡예사>는 명탐정 진호(황정민)와 의학도 광수(류덕환)가 여류발명가 순덕(엄지원)의 도움을 얻어 살인사건의 전모를 밝혀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 이들은 양반집 자제가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이 공중곡예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양날칼 묘기가 특기인 곡예단 단장과 마주하게 된다. 황정민이 허리를 180도 꺾는 기예를 선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공중곡예단이 비밀을 품고 있으니 주변의 반응을 뚱딴지 추측이라고 몰아붙일 수도 없는 일이다. 꾸부정한 폼에 모자를 불량하게 쓰고 있는 진호를 두고 황정민은 “포상금 때문에 사건을 맡게 된 번들번들한 친구”라며 “탐정이라기보다 탐정이 되어가는, 그리고 뒤늦게 탐정임을 깨닫는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관객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진호의 속내를 잘 모르겠다는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알쏭달쏭 바람. 류덕환은 “내가 맡은 인물들에 이름을 붙여주곤 한다”면서 “<공중곡예사>의 광수는 ‘미칠 광’, ‘빼어날 수’ 를 쓰는 게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공중곡예사>는 지난해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 아마도 시나리오와 가장 달라질 인물은 순덕일 듯. 진호와 광수에게 첨단무기를 제공하는 ‘007 시리즈’의 Q 같은 인물을 맡게 됐다는 엄지원은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정보전달 이외의 감정들을 순덕에게 더 많이 제공해달라”고 박대민 감독을 압박할 예정이다. 개봉은 내년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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