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김유진 감독 vs 이준익 감독] 두 올드보이가 꾸는 꿈
2008-09-04
글 : 강병진
사진 : 오계옥

<님은 먼곳에>의 이준익 감독, <신기전>의 김유진 감독을 만나다

“혹시 친하지 않을까?” <신기전>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유진 감독과 이준익 감독의 대화는 막연한 생각에서 기획됐다. 왜 친할 것 같았을까란 질문이 중요하지만, 굳이 이유를 따지자면 비슷한 시기의 충무로를 경험했고, 현재 영화계에서 중견으로 활동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감독이라는 특이할 것 없는 공통점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해. 둘 다 올드해 보인다는 거 아냐. 구리구리하고. (웃음)”(이준익) 뭐, 어쨌든. 혹시나 싶어 김유진 감독의 측근을 통해 알아본 바에 따르면 두 감독은 평소 “바둑도 두고, 가끔씩은 술잔도 기울이는” 사이였다. 이준익 감독이 영화광고 기획자로 일하던 시절, 김유진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인 <시로의 섬>의 광고를 맡으면서 돈독한 선후배 감독으로 지내게 됐다는 것이다. “<시로의 섬>은 광고가 잘못 돼가지고 망한 거지.”(김유진) “에이, 영화가 꼬진 거죠. (웃음)”(이준익) 연배로 따지면 김유진 감독이 9살 많은 선배지만, “<씨네21> 덕분에 간만에 만났다”는 두 사람은 한국에서 사극영화 만들기에 대한 어려움부터, 한국 감독들에게 나타나는 공통된 역사관까지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

김유진: <님은 먼곳에>는 어땠어? 극장에서 보니까 관객이 재밌게 보던데, 돈 좀 벌겠네 싶었어.

이준익: 까졌어요.

김유진: 알아. 그런데 그 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이준익: 젊은 애들에게 소통 실패했어요. 극장 나와서 씹더라고. 사정없이 씹혀서 내상 입었잖아.

김유진: 영화라는 게 다 씹게 되어 있는 거지. 어떤 영화는 안 씹냐. 뭐 갖고 씹는데?

이준익: 싫대요. 싫대. 이 영화가 싫대. 잘 만들고 못 만들고를 떠나서 이 영화가 싫대.

김유진: 그거는 좀 말이 안 된다.

이준익: 난 젊은 사람들을 위한 영화를 안 찍었던 것 같아요. <황산벌>도 그렇고, <왕의 남자>도 사실 그렇거든.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니까 신기했지. <라디오 스타>도 구질구질하잖아. 그런데 난 나이 많은 사람을 위해 찍는 게 좋다고 생각해. 젊은 사람들을 위한 영화는 많잖아. 그럼 나이 먹은 감독은 나이 든 사람을 위해서 영화 만드는 것도 좋은 것 같아. 내가 20대 젊은애들의 이야기를 찍는 것도 웃긴 것 같고.

김유진: 나이 많은 사람들 위해서 찍으면서 젊은 사람들을 홀려야지.

이준익: 홀려야 하는데 실패했어요. 아무래도 극장에서 딴 생각을 못하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생각하게 하면 끝이라니까. 이번에 배웠어요. 그래서 준비하던 거 다 엎고 이제 킬링타임영화를 찍으려고. (웃음)

김유진: 그런 의미에서 <신기전>은 어떤데?

이준익: 그 중간을 갔어. 적당히 킬링타임이랑 세이빙 타임(Saving Time) 사이를 지킨 것 같아.

김유진: 적당하게 망하겠네. (웃음)

20년 영화인생에 8번째 작품이라고요? 올림픽 감독님

이준익: 에이, 아무튼 난 이제 환골탈태하려고요. 그동안 머릿속에 있던 거 다 지우려고 요즘 내가 하루에 영화를 2, 3편씩 봐요. 킬링타임영화로만. 그래야 먹고사니까. 나도 먹고살아야 할 거 아냐. (웃음) 그런데 <신기전>이 몇 번째 작품이에요?

김유진: 몰라. 8번째인가, 7번째인가?

이준익: 20년 동안 8개밖에 안 돼요? (웃음)

김유진: 그걸 나눠봐. 그래도 대략 3년마다 하나씩 만든 건데.

이준익: 그러니까 매일 올림픽 감독이라고 그러잖아. 난 5년 동안 5개인데, <키드캅> 합치면 6개고. (웃음)

김유진: 그걸 자랑이라 그러냐?

이준익: 그것도 자랑이지 뭐. 옛날에는 나 같은 감독을 마구리 감독이라고 그랬잖아요. 마구잡이로 찍는 마구리 감독이라고. 감독님처럼 심사숙고해서 숭고하게 찍어야 하는데. (웃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후뚜루 마뚜루 찍어버리니까. (웃음)

김유진: 그래도 할 게 있으니까 계속 하는 거잖아.

이준익: 이번에는 제작비 많이 들었죠? 얼마나 들었어요?

김유진: 103억원 정도?

이준익: 진짜 많이 쓰셨네. 그런데 한국에서 사극 만들려면 그 정도가 들긴 들 거야. 우리나라에서 사극 찍는 게 굉장히 불리해요. 기존에 있는 걸 활용을 못하니까. <신기전>에서도 재활용하신 건 없죠?

김유진: 소품이고, 세트고 죄다 생으로 만들었지. 세트가 정말 힘들더라고. 기존에 있는 궁궐에서 찍는 것도 어렵고, 방송사에서 만든 세트를 쓰자니 비싸고.

이준익: 그러니까요. 우리나라 사극 찍는 건 맨땅에 헤딩하는 거예요. 진짜로. 시나리오 쓸 때 연상했던 것을 현실로 구축하는 데 드는 물량과 시간이 진짜 엄청나요. 저도 <왕의 남자> 찍을 때 경복궁이며 여기저기 다 돌아다니면서 찍게 해달라고 했는데 결국 못했어요. 그쪽 책임자 중 한명은 “연산이 재위하던 시절에 궁에 광대가 들어왔다는 기록이 없다”면서 이게 말이 되냐고 하기도 했었고요. (웃음) 화가 나서 그냥 부안에 있는 세트장에서 찍었잖아.

김유진: <신기전>도 비슷했지 뭐. 그래도 경복궁 근정전에서 촬영을 하기는 했는데, 그쪽에서는 세종이 사신한테 4배를 하면 안 된다고 그러는 거야. 아니, 역사적 기록에 있는 건데 왜 안 되냐고 했더니 국민정서에 반하기 때문에 안 된대. 그래서 세종이 절하는 장면은 따로 찍어서 합성했어. 그것도 부안에서 찍었지. (웃음)

이준익: 생으로 만드신 것 중에 보니까, 후반부 몹신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던데.

김유진: 말 데리고 찍는 게 가장 힘들더라고. 이건 찍어도 프레임 바깥으로 가버리는 게 많아서 버리는 장면이 많았어.

이준익: 말이 말을 안 듣잖아요. 완전히 개판이지 뭐. 그만큼 연출의도를 구현할 때 난이도가 높은 게 사극인 것 같아요.

김유진: <황산벌>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사극을 찍다보면 욕심 부리기 힘든 게 많아. 세월은 가지요, 돈은 떨어져가지요, 그러다 보면 포기할 게 많은 거지.

설주 무리를 상인 집단으로 설정한 점이 참신해요

이준익: 시나리오는 누가 썼어요?

김유진: 이만희 작가가 썼지.

이준익: 실제로 고증에서 발췌된 부분은 몇개만 있고. 설주네 집단에 대한 근거는 완전히 새로 만든 거죠?

김유진: 신기전은 역사적 근거가 있는 거고 사신단 맞이하는 형태도 사실이지. 그리고 명나라 사신이 칙서를 읽으면서 ‘발칙한 조선은 듣거라’라고 하는 것도 기록에 나와 있어. 이성계 때 정도전이 하도 북벌을 하고 싶어하니까, 명나라가 보기에 얼마나 미웠겠어? 그래서 그놈 새끼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조선에서 안 보내준 거야. 그러니까 주원장이 그 문헌을 보낸 거지. 그게 외교문서인 거야. 되게 웃겨. 마지막에 뭐라 쓰여 있냐면, “너희들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내가 친히 수군을 이끌고 가마.” 이런 이야기가 있어. 수군 어쩌고 하는 건 웃기기에 뺐지.

이준익: 실제 황산벌에 당나라가 수군을 이끌고 왔었어요. 당태종 이세민의 아들 이치가 13만 대군을 산동반도에서 배를 끌고 인천 앞바다까지 왔었다고 하잖아. 주원장이 말한 게 근거가 있다니까. 당나라 때 수군을 이끌고 와서 백제를 멸했던 기록이 있었을 테니까. 이성계 때의 것을 세종 때로 옮겨와서 쓴 것은 잘된 것 같아요. 옛날에 신봉승 선생님도 사극을 만들 때는 이름과 연표만 지키고 나머지는 지킬 게 하나도 없다고 했잖아. 그리고 설주 무리를 상인 집단으로 설정해서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사극영화에서는 참신한 시도였던 것 같아요.

김유진: 그건 극적 거리감이라고 할까? 일단 부대낌이 클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하다보니 그런 거지. 기득권층끼리의 이야기도 잘 쓰면 재밌겠지만, 많은 사람이 보는 영화니까 그쪽이 영화적 쇼에서는 보여지는 맛에 좋을 것 같았지.

김유진: 사극은 세상을 압축하는 거니까요. 신분과 계급의 대결이 클수록 폭이 넓어져요. 상인과 관료, 왕이 합쳐서, 그러니까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힘을 합쳐서 외세를 물리친다는 설정이 하나의 완성된 사회의 틀을 갖추는 데 유리한 조건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보면 우리나라 사극도 생각의 스케일이 점점 커지고 있어. 예전에는 특수한 신분이나 계층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는 거였다면, 이제는 시선을 확장하다보니 이야기의 스케일이 커진 거지. 나는 또 <신기전>에 현대정치에 대한 은유가 과격하게 들어갔다고 봤는데, 마지막 신에서는 아주 대놓고 주장하더라고.

김유진: 뭘 주장했지? (웃음)

이준익: 명나라 사신에게도 4배를 하는데, 백성에게 못할쏘냐, 이런 거. 현실정치에 대한 직접적인 주장인데, 관객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궁금해요. 직설적으로 말한 거잖아요.

김유진: 분명히 그렇게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을 텐데, 사실 그건 지금의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이 항상 그랬잖아. 이 영화를 과거에 개봉했거나 미래에 개봉했어도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닐까 싶어.

현대정치에 대한 은유가 과격하게 들어갔다고 봤어요

이준익: 대한민국 사회에서 사극을 다루다 보면 일관된 사관이 생기는 것 같아요. 결국에 이 땅을 지킨 존재는 민초라는 시각 말이에요. 이게 대한민국 사회의 일관된 역사라니까. 영웅이 나라를 구한 경우는 이순신 말고는 없어.

김유진: 이순신도 아마 영화로 찍으면 상당히 개인화시키겠지. 애초부터 타고난 영웅이 나라를 구한다고 하면 그걸 무슨 재미로 봐.

김유진: 그렇죠. 저는 그게 대한민국 역사의 아주 특별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위대한 점이기도 하고. 예를 들어 일본의 역사적 사관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대표되는 영웅이잖아요. 중국 역사에서도 위기가 왔을 때 극복하는 주체는 영웅이거든. 그런데 놀랍게도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우리나라 사극에서는 영웅주의가 배제돼 있어요. 아무래도 그건 우리나라 감독 개개인의 내면에 다져져 있는 거 같아. 역사를 구한 게 민초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원래 그렇다는 거지. 신기해요. 서양에도 그 사회의 대표성을 띠는 인물이 공을 갖는다고. 그게 제국주의적 사관인데, 우리나라는 제국주의를 안 해봤기 때문에 영웅의 실체를 믿지 않는 거죠. 왜적이 들어오면 조정은 다 도망가고, 중이나 농민들이 몸으로 버텨낸 나라니까. <신기전>의 마지막에 그렇게 짐은 왕이지만, 백성은 황제다라는 식의 대사를 넣고 왕에게 절을 시키는 것도 감독님의 개인적인 특성이라기보다는 대한민국 감독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싶어요.

김유진: 유전자가 그렇게 돼 있는 건가? (웃음)

김유진: 그런 거라니까. 몽고반점 있는 인간들은 똑같아.

김유진: 듣고 보니 그렇네.

김유진: 사실 허준호가 연기한 내금위장이 주체가 돼서 신기전을 만들었다고 쓸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누가 시비를 걸겠어. 그런데 감독님은 내금위장이 굳이 장돌뱅이에게 맡기는 상황을 만들었잖아요. 이건 우리나라 민족의식이 그런 거야

김유진: 의도했을 때는 비슷한 게 있었지. 설주 집단을 고려유민으로 생각했는데, 얘네들은 갈등이 더 심할 거라고 봤거든. 우리가 왜 이애들을 도와줘 하면서 내부적 싸움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설주가 싸우는 이유에 홍리라는 여성을 넣은 거지. 설주가 갑자기 나라를 위해서 신기전 만든다고 하면 웃기잖아.

김유진: 그것도 신기하다니까.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절대 국가관에 의해 몸을 날리지 않아요. 이건 국가를 믿지 않는다는 걸 방증하는 건데, 그럼에도 이들이 이탈을 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잖아요. 오히려 국가관을 가진 인간보다 개인관이나 가족관이나 자기 근접한 인간의 관계 속에서 행동이 나온다고. 이게 리얼리티지. 제국주의 문화의 영화적 표현은 거대한 명분 앞에 엄청난 희생을 통한 위대한 영웅이 나왔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게 없어요. 한 개인이 내 사연 때문에 혹은 내 어머니, 내 아버지, 사랑하는 사람, 자식 때문에 몸을 날릴 수는 있어도 절대 국가를 위해서는 몸을 안 날린다는 거야. 그 원인이 뭐냐면 국가를 위해서 있는 권력층이나 지배계급들이 국가에 환란이 오면 꼭 먼저 도망갔기 때문이야. 이승만도 그렇고. 하여튼 가진 자들은 꼭 먼저 도망가요. 그러니까 이땅은 다 없는 애들이 지킨 거야. 그걸 이 영화가 보여주잖아. 그래서 왕이 절한 거야.

김유진: 대화 주체 참 좋네. (웃음)

멜로도 잘하시대요? 많이 고민 하셨구나 싶었어요

김유진: 난 <신기전> 보고 이야기한 거야. 그런데 감독님답지 않게 멜로도 잘하시대? 난 그거 안 되는데.

김유진: 그냥 생긴 거답지 않다고 해. (웃음) 멜로라는 게 영화적으로 보는 맛인 것 같아. 코미디, 멜로, 슬픔, 액션 이런 게 다 영화적 요소인데, 한 가지만 하기에는 좀 약할 것 같고 해서 무리가 있지만 여러 가지를 넣어보자고 한 거지. 그런데 멜로 부분에서는 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 창강이 홍리를 끌고 가는 장면에서 어떤 순간은 좀 낯간지럽기도 해.

김유진: 생각해보니 <약속>도 있었구나.

김유진: 멜로영화는 한번도 안 해봤지?

김유진: 난 안 되더라고. 인생에 멜로가 없나봐. 치열하게 세상과 부딪히면서 달려오다 보니까 멜로를 놓쳤어요. (웃음)

김유진: 그게 아니라 치열하게 달려온 것 자체가 엄청난 멜로인데, 그게 멜로가 아니라 우겨서 그런 거야. 그 자체가 다 멜로지

김유진: 나는 남녀간의 연정을 이야기한 건데.

김유진: 어허, 그 안에 남녀간의 연정이 왜 없겠어. 다 잊고 싶어서 그렇지. (웃음) 치열한 삶에서 다 있는 거야.

김유진: 남자를 다루는 것도 좀 다르잖아요. 나는 그렇게 멋진 남자들은 못 만들겠어. (웃음) 그런데 보면 <약속>의 박신양이나 <신기전>의 정재영이 가진 쾌남스러움은 평소 김 감독님이 보여주는 일상의 모습과 아주 일치해.

김유진: 그렇단 말야? (웃음)

김유진: 그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일상에서 좀 찌질하지. 어떻게 속일 수가 없어. 다 나오는 거야. (웃음)

김유진: 나도 <금홍아, 금홍아>의 이상이 있잖아. 진짜 빌어먹는 남자지. (웃음)

김유진: 맞네. 정말 찌질하네. 근대의 원조 찌질남이지. (웃음) 그런데 멜로를 그렇게 차곡차곡 넣은 것을 보면서 감독님이 여러 가지로 고민을 하셨구나 싶었어요. 멜로가 목적인 영화가 아니잖아. 하지만 제작비도 많이 들어갔고, 그만큼 많은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고민했을 것 같더라고.

김유진: 시간을 돈으로 때울 수 없으니까 그런 거야. (웃음)

영화 만들때 돈의 색깔에 타협한다고요?

이준익: 결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할 수 있으면 쭉 밀고 나갈 수 있겠죠. 그런데 그랬다가는 대중으로부터 외면받으면 마음이 아프잖아.

김유진: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만들지도 못해. 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건 다 자본과 관련이 있다고. 누가 나에게 300억원 정도 줄 것도 아니잖아. 돈의 색깔에 타협한다고. 내가 얼마만큼의 자본을 끌어온다고 쳤을 때 그 자본의 범위에 맞는 영화는 뭔가. 그러니까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는 돈을 쓰더라도 나머지는 게으르게 가야지. 이 감독도 그런 점에서는 게으르잖아? (웃음)

이준익: 결게으르다고?

김유진: 어떤 때 보면 영화를 아주 쉽게 가. (웃음) 고민 안 하고 막 가는 상황이 은근히 보여. 그게 왜 그러냐면 돈을 어떻게 쓸까 궁리하면서 어디에 힘을 주고, 어디를 쉽게 가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거지.

이준익: 결국 효율성의 문제인 거죠. 말하자면 요령있게 포기하는 게 숙제지. 포기 안 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못해. 시작부터 포기할 게 있으면 하고 해야지. 감독님은 다음 작품 생각하신 거 있어요?

김유진: 아무 생각없어. 이 감독은 하려고 하는 거 있어?

이준익: 할 거 많아요. (웃음)

김유진: 그래? 그중에 나 하나만 줄래?

이준익: 그게 주고 말고 할 게 뭐 있어. 먼저 하는 게 임자지. 감독님은 또 사극하지는 않으실 거 같은데?

김유진: 한번 하고 나면 재미없잖아. 하게 되면 세종 이야기도 재밌을 것 같은데? 좀 다른 식의 접근도 가능할 것 같아.

이준익: 재밌겠네. 기록으로 보면 몸집이 비대한 거구였대잖아요. 세종이 낳은 애들만 41명인가 58명인가 되기도 하고. 희한한 구석이 있어.

김유진: 재위기간 동안 풍년이 한번도 없었던 왕이기도 했지.

이준익: 세종의 엽색행각을 영화로 만들면 그것도 재밌겠네.

김유진: 그럼 절대 궁에서는 영화 못 찍겠지. 국민정서에 반하는 거잖아.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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