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백만명의 여성들은 이 역할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것이다. <맘마미아!>의 사랑스러운 딸, 소피 셰리던 말이다. ‘악마 같은’ <런웨이> 편집장(메릴 스트립)이 엄마로 출연해 그녀의 말 한마디에 눈물을 흘리고,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와 미스터 다아시(콜린 퍼스), 캐리비안의 해적 빌 터너(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서로 자신을 아빠로 여겨달라며 애걸복걸하는데 어떤 소녀가 이 역할을 마다하겠는가. 이 대단한 행운은 올해 스물세살이 되는 금발 미녀 아만다 시프리드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그리스 해변과 숲속을 자기 집처럼 뛰어다니며 파워풀한 가창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건대 행운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오디션 당시 아만다가 소피의 메인 테마곡인 <아이 해브 어 드림>을 부르자마자 <맘마미아!>의 음악감독을 맡은 아바의 멤버 베니와 비욘은 그 자리에서 그녀를 캐스팅했다. "어린 시절부터 취미로 클래식 오페라와 뮤지컬을 배워왔던" 그녀이기에 노래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이러한 경험은 아만다가 기라성 같은 대선배들 사이에서 부담없이 연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댄스장면을 찍던 첫날, 나의 세 아빠가 지었던 표정은 가격을 매길 수 없다. 특히 잔뜩 겁에 질린 콜린 퍼스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웃음)” 대부분의 배우에겐 모험이자 도전인 뮤지컬영화가 아만다 시프리드에겐 가장 잘 맞는 옷이었던 것이다. 하긴 이제까지 아만다에겐 딱 맞는 옷을 입을 기회가 없었다. 2004년에는 TV드라마 <베로니카 마스>의 소녀탐정 베로니카 역에 지원했으나 그녀의 살해당한 학교 친구 릴리를 연기해야 했고, 같은 해 출연한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서는 두 여주인공 중 한명을 맡기로 되어 있었으나 린제이 로한과 레이첼 맥애덤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그런 그녀에게 <맘마미아!>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경험이다.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내 경력, 내 삶, 내 사랑. 이번 영화는 내가 달라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씨네2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맘마미아!> 출연은 마법(Magic)같은 일”이라며 연신 들뜬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의 말투는 스무 살 무렵의 소피 셰리던, 바로 그 자체였다. <주노>의 작가 디아블로 코디가 각본을 맡았다는 아만다의 차기작 <제니퍼의 몸>이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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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의 아만다 시프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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