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가상인터뷰] <여기보다 어딘가에>의 꿈없는 88만원 세대 수연
2008-09-04
글 : 김도훈
“너 대체 왜 그렇게 사는 거니?”
<여기보다 어딘가에>

-너 왜 그렇게 사니?
=네?

-답답해서 그래. 스물여섯살짜리 계집애가 아무것도 안 하고 빈둥빈둥 시간만 죽이면서 사는 게 갑갑해서 그래.
=저 빈둥거리긴 했지만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닌데요.

-뭐야. 말이 앞뒤가 안 맞잖아. 빈둥거리는 게 바로 아무것도 안 하는 거거등?
=왜 빈둥거리는 게 아무것도 안 하는 건데요?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무것도 안 하는 거죠. 빈둥거리는 건 빈둥거리는 거고요.

-너 정신세계 정말 아스트랄하다. 요즘 홍대 앞 여자애들 유행이 빈티지 드레스와 4차원 애티튜드라더니 널 보고 하는 소리구나. 뭐 그렇게라도 자기 캐릭터 만들어서 팔아먹어야지 어쩌겠니. 그건 그렇고 돈도 한푼 못 벌면서 유학 보내달라고 부모한테 떼나 쓰는 건 또 웬일이래.
=유학 안 보내주니까 그렇죠.

-유학 가면 뭐할 건데?
=영국 리버풀에서 음악 공부 할 거예요.

-왜 하필 리버풀이냐?
=비틀스가 리버풀 출신이거든요.

-근데 거기 들어갈 만한 실력은 있어? 너 피아노도 잘 못 치잖아. 피아노 학원에서 애들 가르칠 때 보니까 영 아니던데. 그런 실력으로 어딜 들어갈 수나 있을 거 같니. 영국은 한국이랑 달라서 캠퍼스에 잔디 깔고는 못 들어가요.
=피아노 학원에서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니까 그랬어요. 누가 꼬질꼬질한 동네 학원에서 애들이나 가르치면서 살고 싶대요?

-이런 천하의 호로… 비치 같은 계집애야. 학원 원장은 니가 자격증도 있고 꼭 일도 하고 싶어하니까 고용한 거 아니니. 근데 애들이랑 만화책이나 보며 키득키득거리고, 들어간 날부터 가불해달라고 떼 쓰고. 너같이 철도 없고 생각도 없는 애를 유학 보내줄 부모가 있을 거 같아? 부모가 무슨 호구냐.
=부모가 자식을 낳았을 땐 책임을 져야죠. 원래 부모랑 자식은 전생에 빚쟁이 관계였대요. 저도 자식 낳으면 유학 보낼 거예요. 그럼 된 거 아닌가요.

-자식을 낳으려면 남자도 잘 만나야지. 넌 남자관계도 문제 좀 있어. 제대하고 복학해서 음악 한번 해보겠다고 애쓰는 동호한테 얹혀살면서, 돈 뜯어내고, 앙탈부리고, 신경질부리고, 부려먹고, 얻어먹고. 그게 뭐니. 남자가 무슨 호구니?
=우리 사이 그런 거 아니거등요. 저 동호 정말 좋아해요. 그냥 처지가 답답해서 조금 짜증냈을 뿐이에요.

-처지가 답답해도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오빠는 널 보면 좌심실 우심실이 좌우로 뒤바뀌어서 온몸의 블러드가 막 치솟는 거 같아.
=제가 제일 싫어하는 남자 스타일이 뭔지 아세요?

-뭔데.
=만나자마자 반말 탁탁 까면서 “오빠가… 오빠가”거리는 남자새끼들요. 저는 오빠 없거든요.

-그건….
=그쪽은 스물여섯살에 뭐했어요?

-제대하고 어학연수 갔는데….
=누구 돈으로요?

-그거야… 이십대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니. 부모님 돈으로….
=훌륭하십니다. 서른 넘으면 올챙이 적 생각은 전혀 안 나나보죠? 부모가 무슨 호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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