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충무로 사람들, 그리고 대중들의 축제가 되길 바란다”
2008-09-03
글 : 강병진
사진 : 오계옥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기획위원장을 맡은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집행위원장이 없는 영화제다. 대신 운영위원장과 기획위원장이 영화제의 업무를 분담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2회 영화제를 맞아 기획위원장을 맡게된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는 “대외적인 업무는 이덕화 운영위원장이 하고, 나는 행정적인 것을 결정하는 2인 체제”라고 설명했다. 영화제에 적을 둔 건 처음인 그에게 개막을 하루 앞둔 9월 3일은 전쟁을 치루듯 펼쳐졌다. 싸이더스FNH의 건물에서 중구청, 그리고 강의를 맡고 있는 동국대학교 근처의 어느 스파게티집까지 찾아헤매서야 간신히 만날 수 있었을 정도. 이틀 전, 딸을 결혼시킨 차승재 기획위원장은 “학교 개강에, 딸 결혼식에, 영화제에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 어제 밤까지 비가 많이 왔는 데, 초조했겠다.
= 새벽 2시쯤 집에 들어갔는 데, 그때까지 비가 와서 큰일났구나 싶었다. 오늘 서울 광장에서 전야제 행사가 있는데, 비오면 정말 큰일이지 않겠나. 다행히 아침에 확인한 결과 안온다고 하더라. 영화제 일을 하면서 겪고 있는 가장 큰 변화가 평소에는 보지도 않던 날씨를 확인하고 있다는 거다.(웃음)

- 기획위원장이 어떤 자리인지 잘 모르겠다. 어떤 역할인가.
= 명칭만 다를 뿐, 집행위원장과 사무국장의 일을 관장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일단 나로서는 충무로 사람들이 주축이 되는 영화제를 만드는 데 신경을 기울였다. 흔히 이야기하는 영화제 피플들과 함께 충무로의 상징적인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거다. 감독과 배우가 대표적일 텐데, 배우가 한 축을 담당하는 행사도 마련했다. 그런 측면에서는 이덕화 운영위원장도 이름만 걸어놓은 게 아니라 상당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이덕화 운영위원장은 이전에 인연이 있었던가.
= 없었다. 같이 작품을 해본 적도 없었고,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걱정도 했다. 이쪽에서 그렇게 오래 일하시던 분들의 고집이 있지 않을까 해서. 그런데 만나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라. 매우 합리적이시고, 열정을 가진 분이다.

- 영화제에서 기획위원장을 제의했을 때는 아직도 충무로를 지키고 있는 현업 영화인이라는 점이 중요했을 것 같다.
= 그런 것도 있겠지. 제의는 학교를 통해서 받았다. 제의가 왔을 때 고민이 많이 되더라. 몇번 만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한 영화제가 자리를 잘 잡는 건 좋은 것 같기도 해서 수락했다. 한 두 해 정도 도움이 되면 좋지 않을까 싶었고.

- 막상 해보니까 어떻던가.
= (잠시 침묵) 영화 만드는 것 보다는 쉽다.(웃음) 영화는 우리가 결정 못하는 변수가 많다. 연기자나 투자자를 신경써야 할 게 많은 데, 영화제는 일단 그 보다는 변수가 적은 편이다.

- 올해 영화제는 어떤 점을 주력했다.
= 크게 볼 때 두 가지다. 1회는 시간이 없었던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인지도 측면에서 많이 알릴 시간이 부족했었기 때문에, 2회 때에는 서울에 이런 영화제가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것에 주력했다. 이덕화 위원장님도 <무릎팍 도사>랑 <상상 플러스>에 나가지 않으셨나. (웃음) 또 하나는 프로그래밍에서 영화제 본연의 기능을 하면서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 사실 충무로국제영화제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영화인들도 많다. 대부분의 영화제에 지자체가 참여하고 있지만, 충무로는 특히 관의 영향력을 크게 보더라. 그런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 어느 영화제나 지자체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원칙적으로 볼때, 지자체가 돈을 집행해서 하는 영화제니까. 충무로 영화제도 출발할 때는 약간 그런 느낌이 있었지만, 점차 희석될 거라고 본다.

- 내년에도 기획위원장을 하게 되는 건가.
= 이번에 해보고 결과가 안좋으면 그만해야지.(웃음) 나는 서울에 국제영화제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영화에 관심있는 친구들의 일자리도 생기고, 이런 행사를 통해서 선배들과의 교류도 좋아질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영화제 대신 무용제 같은 게 있는 것 보다야 낫지 않은가. 나로서는 작년보다 결과가 좋다면 다행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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