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모험 가득한 활극 <숨은 요새의 세 악인>
2008-09-03
글 : 강병진

<숨은 요새의 세 악인> Hidden Fortress:The Last Princess
감독 히구치 신지/일본/2008년/108분/칼라/개막작/3일 19시 30분 5일 22시30분

10년 전인 1998년 9월 6일,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88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고전과의 새로운 만남의 장을 자처하는 충무로 영화제로서는 그로부터 3일 모자란 10년 후인 오늘, 그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을 개막작으로 정한 것에 충분히 뿌듯할 것이다. 원제에 ’마지막 공주’란 부제가 붙은 <숨은 요세의 세 악인>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8년 작품을 <일본침몰>의 히구치 신지 감독이 리메이크 한 영화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작품들은 고전영화들 중에서도 유독 리메이크의 야심을 품게 만드는 일이 잦은 편이다. 웨인스타인 컴퍼니는 지난해 8월 <7인의 사무라이>를 리메이크 할 것이라 했고, 마틴스콜세지는 <천국과 지옥>과 <주정뱅이 천사>를 리메이크 하려 했었다. <숨은 요새의 세 악인>은 다른 나라가 아닌 아키라의 모국에서, 그것도 사후 10주년을 기념해 리메이크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는 작품일 것이다.

무대는 군웅할거의 일본전국시대다. 영화는 갈등을 벌이는 3개국의 상황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역사극처럼 지도로 설명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강한 군사력을 지닌 야마나국은 아키즈키국을 함락시킨다. 그 사이 아키즈키의 공주인 유키(나가사와 마사미)는 조국을 지킬 군자금 황금 백 냥을 들고 숨은 요새에 몸을 감춘다. 한편, 야마나 군의 노역을 피해 도망친 광부 다케조(마츠모토 준)와 나무꾼 신파치는 우연히 이 황금을 발견한다. 이때 그들 앞에 사무라이 마카베 로쿠로타(아베 히로시)가 나타나 황금을 내놓으라고 위협한다. 유키 공주의 호위무사인 그가 다케조와 신파치를 죽일려는 찰나, 다케조는 길을 안내하겠다며 협상을 제시한다. 이때부터 유키 공주와 로쿠로타, 다케조, 신파치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구로사와 아키라가 연출한 원작은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에도 영감을 선사했던 작품이다. 루카스는 두 남자와 공주의 모험극이라는 설정만으로 우주의 대서사시를 창조했지만, <숨은 요새의 세 악인>은 원작의 후반부인 공주를 평민으로 위장해 적진을 돌파하는 이야기만을 골라냈다. 원작과 달리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두 농부의 우스꽝스러운 방황과 다툼, 전국시대의 황량한 풍경이 사라지면서 리메이크 작은 모험 가득한 활극이 됐다. 등장인물의 성격 역시 바뀌었다. 원작의 어리버리한 농부들과 달리 마츠모토 준이 연기한 다케조는 멋있는 남자 주인공으로서 유키 공주와의 로맨스를 벌인다. 유키 공주는 주위의 보호를 받기만하는 여자가 아니라, 무예를 다진 강인한 여성으로 그려졌다. 전쟁의 황량함과 비애가 섞인 웃음 등은 사라졌지만, 워낙에 뛰어난 스토리를 기본으로 삼은 터라 오락적인 면에서는 무리가 없다. 특히 극 중에 묘사된 사무라이의 모습을 주목하자. 조지 루카스 감독은 <스타워즈>를 만들면서 다스 베이더의 모습을 원작에 등장한 일본 사무라이의 외양에서 가져왔는데, 이 영화의 사무라이는 <스타워즈>에서 영감을 받은 듯 정말 다스 베이더와 흡사하다. 참고로, 이 영화의 첫 프리미어 상영은 조지 루카스 감독의 모교인 남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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