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기이하고 괴상한 유머로 가득찬 영화 <대일본인>
2008-09-04
글 : 강병진

<대일본인> 大日本人
마츠모토 히토시|일본|2007년|113분|컬러|칸 감독주간 40주년 특별전

마사루(마쓰모토 히토시)는 ‘접는 우산’과 ‘건조미역’을 좋아한다. 이유는 “필요할 때면 커지게 만들 수 있어서”다. 겉으로 보기에는 도시의 외로운 독신남처럼 보이는 마사루도 접는 우산이나 건조미역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다. 사실 그는 전기 충격을 받으면 거대한 몸집으로 팽창해서 도시의 괴물들과 싸우는 슈퍼히어로 ‘대일본인’이기 때문. 일본의 만담 개그맨인 마쓰모토 히토시가 연출과 주연을 맡은 <대일본인>은 나라의 부름을 받으면 언제든지 달려가 온 몸에 전기코드를 꽂아야 하는 마사루의 고단한 일상을 담아낸다. 몸집이 커졌을 뿐, 그리 막강한 힘을 가지지 않은 마사루는 괴물과 싸우다 다치는 일이 다반사다. 4대째 대일본인이었던 할아버지는 시민들의 환호에 휩싸여 살았고 심지어 그의 싸움은 황금시간대 녹화중계 됐지만, 마사루의 싸움현장은 새벽2시에 방송돼 일기예보보다 못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마사루와 인터뷰어의 대화로 이어가던 영화는 갑자기 일본인으로 변신한 마사루를 등장시킨다. 최첨단 컴퓨터그래픽으로 묘사된 ‘큰 마사루’와 괴물들의 싸움은 그들이 크기에 비해 나른하다.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슈퍼히어로 장르를 오가는 <대일본인>은 기이하고 괴상한 유머로 가득찬 영화다. 감독은 마사루의 일상과 고된 싸움을 보여주는 틈틈이 대일본인을 대하는 일본인들의 무심한 태도를 묘사한다. 사람들은 ‘작은 마사루’가 대일본인이라는 사실에 놀라지도 않고, 그가 괴물에게 얻어맞는 광경을 보고는 “이왕이면 이기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할 뿐이며 심지어 마사루를 “고맙기는 하지만 민폐나 다름 없는 존재”로 치부한다. “그게 바로 일본사회다. 그놈의 소사이어티가 원래 그 모양”이라는 감독의 말을 염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일본인>은 나약하기 짝이 없는 슈퍼히어로를 통해 ‘도대체 당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냐’고 반문한다. 무력한 사회를 체념한 듯한 만담식 풍자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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