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웨이브> Heatwave
필립 노이스|호주|1982년|91분|컬러|칸 감독주간 40주년 특별전
젊은 필립 노이스의 가슴에는 시뻘건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호주의 혹서(heatwave)를 견디며 영화를 향한 열정을 가슴에 품은 것이다. 헐리우드로 건너와 <패트리어트 게임>이나 <죽음의 항해>, <본 콜렉터>같은 걸출한 스릴러들을 내놓기 전의 필립 노이스는 사회적인 문제제기가 돋보이는 20대의 호주 출신 신예 감독이었다. 이 시절의 필립 노이스를 대표하는 작품은 단연코 <뉴스프론트>와 <히트웨이브>다. <뉴스프론트>가 런던 영화제와 뉴욕 영화제에 초청되며 필립 노이스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린 계기가 되었다면, <히트웨이브>는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며 그 입지를 굳힌 영화에 해당한다. 청년 필립 노이스가 만들었다는 꼬리표와 함께 전통과 진보를 대립시키는 삐딱한 시선은 두 영화를 하나로 묶는 가장 단단한 공통점이다. 어쩌면 가슴에 불이 이글거리고 있을 치기어린 감독의 작품으로선 무척이나 당연한 결과물이다.
<뉴스프론트>가 공산당 반대 국민투표, 56년의 멜버른 올림픽을 다루면서 민족주의와 자유주의가 대립했던 호주 역사의 단면을 녹여냈다면 <히트웨이브>는 개발의 홍수에 시달리던 70년대 호주를 배경으로 거주권을 요구하는 주민들과 개발을 우선하는 사업가들을 대립시킨다. 건축가 스티븐(리차드 모이어)은 2백만 달러가 걸린 복합 주거구역 ‘에덴’의 건축 프로젝트에 착수하는데 해당 구역에서 내쫓기게 된 거주민들은 대표 케이트(주디 데이비스)의 주도 아래 단결하여 프로젝트를 반대한다. 충돌은 점차 잦아지다 주디를 보필하던 친구가 실종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실제로 있었던 실종 사건을 바탕으로 거주민의 권리와 부동산 업자들의 욕심을 파헤치는 관찰력이 돋보인다. 제목인 ‘히트웨이브(혹서)’는 두 세력의 첨예한 대립과 호주 특유의 무더위를 함께 은유하는데 결국엔 젊은 필립 노이스의 열정어린 젊음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