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미지와의 조우> <블레이드 러너>로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시각효과를 선사했던 더글라스 트럼블. 그가 참여한 영화들은 어느덧 고전이 되었지만, 이를 능가하는 시각효과의 충격은 다시는 재현되지 못했다. 살아있는 시각효과의 대가이자 전설인 더글라스 트럼블을 만나봤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한국의 영화 팬들과 뜻 깊은 만남을 가졌는데 느낌이 어떤가?
=대단히 신나는 경험이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이 시각효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성장 환경이 궁금하다. 어린 시절의 꿈, 그 시기에 현재의 일을 하게 되는 특별히 경험이 있었는가?
= 아버지는 특수효과 관련 일을 하고 계셨고, 어머니는 미술가였다.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그 시기에 봤던 <피노키오> 때문에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나중에 그 영화가 멀티 카메라로 찍은 최초의 작품임을 알았다. 호기심이 생겨서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영화를 찍어 봤는 데, 이야기는 없는 움직이는 이미지만 찍은 것에 불과했다. 그 시기에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했었고, 고등학생때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하면서 건축 디자인도 공부도 하고, 이후 애니메이터로 활동을 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그림 실력이 좋았던 것 같다. 그림을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미래 지향적인 건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건축 디자인도 하고 싶었고, 워낙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싶었다. 그때 내가 그린 그림들의 주제는 비행기나 우주선 같은 것이었다. 나중에 NASA에서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에 배경그림과 우주정거장, 화성을 돌아다니는 탐사 로봇 같은 것을 그리기도 했다. 1964년에는 뉴욕 월드페어에서 내가 다니는 회사로 의뢰가 들어와 <To the Moon and Beyond>라는 15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를 했고, 그 일을 계기로 스탠리 큐브릭을 만났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주로 어떤 장면의 시각효과를 담당했나?
='할(HAL) 컴퓨터'의 영상을 담당하는 장면에서 복잡한 애니메이션 처리를 한 것이 첫 번째 작업이었다. 그것을 끝내자 큐브릭이 기술적으로 애를 먹고 있던 부분이 해결이 됐다며 다른 장면의 특수효과도 부탁했다. 그래서 일러스터와 점토, 조각을 활용해서 입체적인 달 표면을 만들었다. 그 외 미니어처를 만드는 방식과 스타일을 고안했고, 다른 스탭들은 이것을 기반으로 모형을 제작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통해서 영화 시각효과에 대한 이해와 테크닉을 배울 수 있었다.
- 이후 <미지와의 조우> <스타트랙> <블레이드 러너>에 참여했다. 각각의 시각효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또 본인이 작업한 것 중에서 어느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드는가?
=<미지와의 조우>의 우주선 모선을 가장 좋아한다. <스타트랙>의 엔터프라이즈호는 아름다운 우주선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랙>의 경우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미지와의 조우>와는 정반대의 작업 방식으로 제작됐다. 앞에 영화들은 빛을 뒤에서 쏘면서 우주선을 신비스럽게 보이도록 했는데. <스타트랙>은 우주선의 사이즈가 커보이도록 내부에서 빛을 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블레이드 러너>의 경우 <미지와의 조우>에 쓰인 테크닉을 많이 활용을 했고, 대학 시절 건축 디자인을 공부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 영화 시각효과 전문가의 꿈을 가진 젊은 세대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다고 해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기본적으로 미술의 역사를 알아야 하고 거장들의 세계를 깊이 공부를 해야만 한다. 시각효과는 실제처럼 보이기 위한 작업인데, 그런 흉내를 내기 위해서는 진짜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건축이나 회화, 사진을 공부하는 것도 필수라고 생각한다.
- 당신이 생각하는 시각효과의 철학은 무엇인가?
= 무조건 효율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효율적이고 빠른 영화를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