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다시 보면 또 다른 매력이 보인다
2008-09-08
글 : 박성렬 (객원기자)
<텔 미 썸딩>의 장윤현 감독·<스카우트>의 김현석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 현장을 전하다
<텔 미 썸딩> 관객과의 대화 현장

9월7일은 의문을 한시름 덜게 된 날이었다. 자신의 영화가 막을 내리고 각자 모습을 드러낸 <텔 미 썸딩>의 장윤현 감독과 <스카우트>의 김현석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지금껏 자신의 영화에 던져진 질문들을 생생한 육성으로 답해주었다. 영화 <텔 미 썸딩>은 지난 1999년, 한석규와 심은하가 주연한 하드고어 스릴러 영화로 정교한 반전과 교차편집의 연출로 호평을 받은 한편, 열린 결말을 지닌 탓에 논란을 낳았던 영화였다. 그런가 하면 지난 2007년 겨울에 개봉한 <스카우트>는 광주민주화운동을 스포츠와 접목시키는 색다른 방식을 추구했지만, 안타깝게도 흥행에서는 실패한 영화였다.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는 관객들은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마이크를 달라며 손을 들었다.

<텔 미 썸딩>의 관객과의 대화는 “두 번째로 <텔 미 썸딩>을 봤다”는 한 관객의 질문으로 시작했다. 그는 “한 장면에서 경고등의 붉은 불빛이 카메라 렌즈에 비쳤던” 옥의 티를 지적하고는 “다시 보니 잔인성이 도드라지는 영화다. 선혈이 낭자하고 절단된 팔다리가 쉼없이 등장하더라”며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영화였다. 왜 이런 하드고어 장르를 차용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장윤현 감독은 “<텔 미 썸딩>은 소통이 단절된 사람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하드고어의 표현법을 빌려왔다. 범인을 보면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윤간을 당하는데 다 크고도 그 사실을 바깥에 알리지 못한다. 말하자면 바깥과 안의 소통이 차단된 상태인데 이 비극성을 ‘절단된’ 사지와 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답했다. 또 한 관객은 “헤라르트 다비트의 <캄비세스왕의 재판>과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어> 등 명화를 등장시키고 클래식을 삽입하기도 하는” <텔 미 썸딩>의 예술적 안목을 칭찬했다. 그러자 장윤현 감독은 “그것은 나의 고상한 취향 때문이 아니”라며 운을 뗀 뒤 “촬영 전에 선곡을 마치고 이미지를 미리 선택하는 습관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음악의 경우는 박찬욱 감독과 함께 작업하기도 했고 나와는 <접속>부터 함께 했던 조영욱 음악감독의 능력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대한 질문이 끝나자 세부적인 트릭과 힌트에 대한 갖가지 질문들이 이어졌다. 특히 반전 이후의 상황과 관련된 질문들이 주를 이뤘다.

<스카우트> 관객과의 대화 현장

장윤현 감독이 극장을 나가고 뒤이어 시작된 <스카우트>가 끝나자 김현석 감독이 등장했다. 첫 질문은 함께 들어온 김홍준 기획위원이 물었다. “지금까지 광주를 테마로 다룬 영화가 드물었습니다. <스카우트>는 광주를 아는 사람에게는 놀라운 영화지요. 감독님과 광주의 개인적인 관계는 어떻습니까?” 김현석 감독은 “초등학교 3학년 시절 계엄령이 내려지고 방송국이 불타면서 만화 <철인 28호>가 중지되었던” 광주의 기억을 조심스레 꺼내놓았다. 그리고 영화에 출연한 세 배우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특히 임창정과 박철민의 애드리브 연기에 대해서 “임창정은 애드리브의 달인이었는데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그때그때 다른 애드리브를 보여주는 타입이었고, 박철민은 대본을 가지고 집에서 연습해가지고 오는 타입이었다”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엄지원에 대해서는 “원래 같이 나오면 안되는 배우”이고, “한국의 메릴 스트립으로 코미디보다는 김기덕 감독 같은 분의 예술영화에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평한다. “영화가 물과 기름 같았던 운동권과 운동선수들을 엮었던 것처럼 캐스팅에서도 불일치한 조합을 원했기 때문에 두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홍준 기획위원은 “시간이 흐르면 나중에 재평가 받을 수 있는 좋은 영화”라고 선정기준을 밝히며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날은 무엇보다도 영화지망생이었던 고등학생 관객과의 대화가 중요했다. 김현석 감독은 그 학생에게 “나도 사춘기 시절 <기쁜 우리 젊은 날>과 같은 명작에 깊은 인상을 받고 영화계에 투신했다”고 독려했다.

사진 함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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