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신의 영화음악가 귄터 부흐발드에게 무성영화는 절름발이다. 무성영화 <노스페라투>의 연주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는 “이미지와 음악이 합쳐졌을 때에서야” 비로소 영화가 완성되고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마법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지난 30여년간 2000편이 넘는 무성영화 음악을 연주했던 귄터 부흐발드는 선율로 무성영화에 생동을 불어넣는 마법사인 셈이다. “내 몫은 이야기를 이미지로 바꾸고 그 이미지를 다시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독일 표현주의의 대표적 무성영화 <노스페라투>의 작곡도 그런 방식으로 진행됐다.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과 같은 표현주의 영화와 달리 <노스페라투>는 실외에서 자연광으로 촬영된 사실적인 영화다. 그래서 영화의 배경인 루마니아의 실제 느낌을 리드미컬하게 담고 싶었다. <노스페라투>는 공포영화라고는 하지만 매우 로맨틱한 러브스토리이기도 하다.” 귄터 부흐발드의 이같은 해석은 곧 “바그너적인 음악”으로 표현된다(바그너는 낭만주의 독일 오페라의 정점에 있는 음악가다). 그는 한국의 예비 영화음악인들을 위해 준비한 조언들도 미리 내놓았다. “히치콕의 <싸이코> <새> <너무 많이 안 사나이>의 영화음악을 맡은 버나드 허만이 한 말을 상기해 보라. 드라마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연결할 자신이 없다면 작곡할 생각을 해선 안 된다. 동시에 음악이 이미지를 압도해서도 안 된다” 인터뷰 내내 농담 한마디 하지 않고 진지했던 그는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치면 다시 유럽과 미국을 돌며 공연할 예정이라면서 자신이 작업했던 일본의 무성영화 음악 CD(스즈키 시게요시의 <What Made Her Do It>)를 전하는 것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한번도 배워본 적 없는 독일어지만, 뒤늦게 “Dan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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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영화 <노스페라투>의 라이브 연주를 맡은 영화음악가 귄터 부흐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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