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않는, 혼란스러운 영화 <옐라>
2008-09-10
글 : 김성훈

<옐라> Yella
크리스티안 펫졸트 | 독일 | 2007년 | 85분 | 컬러 | 독일영화사 특별전

옐라는 실패한 결혼 생활을 뒤로 하고 새 출발을 위해 고향을 떠나기로 맘먹는다. 하지만 그녀의 행보는 순탄치가 않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전 남편 피체는 그녀를 계속 따라다니며 귀찮게 한다. 급기야 그녀가 일자리 면접을 보러 가는 날 피체는 옐라를 자동차에 태워 납치한다. 하지만 피체의 자동차는 갑자기 강에 빠지는 사고를 맞는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옐라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난데없이 그녀 앞에 나타난 필립. 한 회사의 간부인 필립은 그녀에게 비서직을 제안하고, 그녀는 투자협상에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며 필립의 신뢰를 얻는다. 막막하고 출구 없는 옐라의 삶에 드디어 서광이 비치는 것일까.

<옐라>는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않는, 혼란스런 영화다. 전작인 <유령들>(2005)에서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며 인간 심리를 탐구했던 크리스티안 펫졸트의 솜씨는 이번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승승장구할 듯 보이던 옐라는 어느 날 회의 중에 갑자기 사람들의 목소리가 안 들리고 환청에 시달린다. 펫졸트는 급작스런 시점의 변화와 왜곡된 사운드를 통해 옐라의 불안한 심리를 묘사한다. 이를테면 이렇다. 카메라는 관찰자 위치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 같지만, 다음 컷으로 장면 전환하면 옐라의 주관적인 시점화면이 등장한다. 현실과 환상은 그렇게 한몸이다. 여기에 펫졸트는 왜곡한 사운드를 덧입혀 관객들을 혼란의 구덩이에 빠뜨린다. 관객들은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종잡을 수 없다. 다만 가슴 졸이며 옐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주인공 옐라 역을 맡은 니나 호스는 2007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옐라>는 독일영화의 새로운 부흥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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