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전쟁고아들을 돌본 영국 청년의 실화 <황시> 첫 공개
2008-09-16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일시 9월 4일 목요일 오후 2시
장소 용산CGV

이 영화

1938년 중국, 난징에 잠입해 일본군의 무자비한 학살 현장을 취재하던 영국인 종군기자 조지 호그(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는 일본군에 붙잡혀 사형당할 위기에 처한다. 다행히 호그는 공산당원 잭(주윤발)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지만 심각한 부상으로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전쟁고아들을 보살피는 작은 마을 황시에 머물게 된다. 전쟁으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60명의 아이들의 유일한 안식처 황시에 도착한 호그는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들과 지내면서 어려움을 겪지만 그 아이들을 통해 자신이 몰랐던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국민당은 황시의 아이들을 징병하려고 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호그는 1000km에 달하는 길을 걸어 정치세력이 미치지 않는 샨단으로 이동할 것을 계획한다.

100자평

<황시>의 예고편을 보았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았다. 1937년 중일전쟁의 한복판에서 영국인 종군기자가 우연히 맡게된 고아원 아이들을 구해낸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시놉시스를 보았을 때만해도, 영화의 정치적 색깔이 몹시 의심스러웠다. 대게 그런 영화들은 휴머니즘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중국은 더럽고 가난하며, 아시아인들끼리 잔혹함을 다투는 '알 수 없는' 전쟁의 와중에서 오직 서구 백인만이 인간다운 도덕을 뽐내며 지고지순한 순교자의 역할을 자임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구인의 시각으로 다루어 본 적이 거의 없는 중일전쟁과 (1차)국공내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특히 <007 네버다이>를 만들었던 로저 스포티스우드 감독이), 과연 어떻게 맥락화해낼지 영 못미더웠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모든 의혹과 선입견을 불식시킨다. 영화의 정치적 입장은 분명하다. 국공내전의 혼란을 빌미로 침략한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난징학살은 제국주의 침략전쟁의 전초전이었고, 이후 (2차)국공합작과 게릴라 전은 민족해방전쟁이었음을 영화는 똑똑히 보여준다. 영화는 저항하는 중국 인민들(특히 중국공산당)과 서구 반(! 反)제국주의자의 시선으로 중일전쟁을 직시한다. 영화는 '행동하는 국제평화주의자' 조지호그의 삶과 죽음을 통해 '제국주의 반대, 전쟁반대, 국수주의를 넘어'라는 우리시대에 가장 절실한 정치적 슬로건을 펼쳐보인다.(국민당 간부가 힘주어 말하는 '우리 아이들'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또 영화는 소년들을 구호의 대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력갱생의 힘을 지닌 주체로 그린다(그들은 스스로 농사를 짓는다). 그들은 쉽게 규율되는 단일한 집단이 아니라, 각자 다른 욕망을 지닌 개인들로 그려지는데, 이를 통해 서사의 풍성함이 더해진다. 아울러 여주인공에 대한 묘사 역시 더 없이 씩씩하고 입체적이다. (의도만 좋은 '민폐 공주' 여주인공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황시>는 중국 현대사에 대한 올바른 식견을 넓혀주면서, 감동 가득한 휴먼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에 고비사막의 신비로운 풍광은 보너스 이다.
황진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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