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30년대 경성 '모던뽀이'의 열애, <모던보이> 첫 공개
2008-09-23
글 : 문석

일시9월22일 오후2시
장소 CGV 용산

이 영화

1930년대 경성, 스스로를 ‘낭만의 화신’이라 부르는 청년 이해명(박해일)은 남부러울 것 없는 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다. 친일파 아버지를 둔 덕에 든든한 재산을 갖고 있고 일본 유학을 다녀와 조선총독부에서 일급서기관으로 일하고 있으니 말이다. 흰 양복에 멋진 구두를 또각거리며 경성시내를 활보하는 이 ‘모던뽀이’의 삶은 그저 술과 장미의 나날일 뿐이다. 그러던 그에게 “인생을 걸” 일이 생기니, 그건 어느 클럽에서 만난 섹시한 댄서 로라(김혜수)의 사랑을 얻는 일이다. 절친한 친구 고등검사 신스케(김남길)의 협조로 로라, 아니 조난실이라는 본명을 가진 이 여성과 가까워진 해명의 삶은 분홍빛이 되지만, 어느날 난실이 건넨 도시락은 그의 삶을 먹구름 속으로 몰아넣는다.

100자평

정지우 감독의 농밀한 멜로 감성이 시대의 아픔과 만났다. <해피엔드>를 시작으로 그는 세편의 멜로영화를 만든 셈인데 그는 늘 위태로운 감정의 사랑, 위기를 돌파하는 사랑을 그려왔다. 두 사람의 이데올로기 대립마저 끌어안은 <모던보이>는 그들 중 가장 큰 위기에 속한다. 아니, ‘위기’라는 말보다 ‘위장’으로 시작한 사랑이 진심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거기서 김혜수의 노래는 꽤 스산하게 마음을 움직인다. 물론 그마저 압도하는 것은, 마차가 다니는 남대문과 서울역을 비롯 당시 경성 거리와 밤 문화를 재현한 특수효과와 미술의 힘이다.
- 주성철 <씨네21> 기자

<모던보이>는 해명이 겪는 일종의 모험담이다. 그저 쉽게 ‘친일파’로 분류될 수 있는 사고와 행동양식을 갖고 있는 그는 난실을 만나면서 새롭고 낯선 세계 속으로 빠져든다. 그 세계는 자신이 몸담아왔던 것과는 정반대의 가치가 지배하는 세계다. 그는 이 과정에서 온갖 모험을 감수하고 마침내 자신의 존재조건 자체를 파괴해야하는 상황에마저 처하는데, 그건 모두 난실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다. 불행히도 <모던보이>는 난실을 향한 해명의 무모할 정도의 사랑이 어디서 비롯됐고 어찌 그리 격렬한지를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한다. 해명의 껄렁한 태도 이면에 자리한 열정의 불꽃을 명확하게 잡아내지 못함으로써 ‘근대성-일본-매국-개인주의 대 전근대성-조선-애국-집단주의’라는 흥미로운 대립구도 또한 묻히는 느낌이다. 흠잡을 데 없는 뛰어난 기술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공허하게 다가오는 건 그 때문이다.
- 문석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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