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황우슬혜] 요조와 요염, 그 사이 어딘가
2008-10-16
글 : 이화정
사진 : 조석환
<미쓰 홍당무>의 황우슬혜

‘예쁜 것’들은 공격의 대상이다. 백옥 같은 피부, 커다란 눈망울, 오똑한 코, 도톰한 입술. <미쓰 홍당무>의 러시아어 교사 ‘이유리’의 모든 것은 외모콤플렉스 덩어리 ‘양미숙’(공효진)을 미치게 한다. 양미숙과 함께 서 선생(이종혁)을 사랑하는 이유리는 양미숙 최대의 적. 그녀가 “전 가만히 있는데 자꾸 전화가 와요”라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할 때, “사랑하는 남자랑은 두손 꼭 잡고 잠만 자는 게 소원이에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뜰 때, 그 말을 들으며 붉으락푸르락 변하는 양미숙의 얼굴색은 세상 모든 여자들의 색깔을 대변한다. “어릴 적 예뻐서 지탄의 대상이 됐다”는 황우슬혜는 자신의 경험을 십분 발휘, 이토록 얄미운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오디션 보는데 너무 이유리 같아서 소름끼쳤다”는 이경미 감독의 말처럼 그녀는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을 조금씩 따다놓은 듯 참 예쁘다. “어릴 땐 공주병이었지만, 지금은 털털해요. 감독님은 제 외모가 아니라 연기를 보시고 똑같다고 한 거니까 기분 좋아요. (웃음)” 캐릭터를 위해 러시아어 개인교습을 받았으며, 야한 대사에 익숙해지도록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엄청나게 돌려 봤다. 초반 새침하고 깔끔 떨던 완벽녀 이유리가 서 선생을 꼬이기 위해 야한 포즈로 셔츠 단추를 풀고 ‘좌지까까’(러시아어로 ‘라이터’)를 외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포인트이자 신예 황우슬혜를 각인시키는 명장면이다. “시사를 세번이나 봤는데도 민망해서 못 보겠더라고요. 계속 손으로 얼굴을 가렸어요.”

21살 때 연극 무대를 시작으로 연기에 발을 디딘 지 5년. 영화는 처음이지만 황우슬혜는 충무로 영화 기근에 벌써 4편의 영화를 촬영한 기대주다. “<미쓰 홍당무> 편집본을 보시고 특이했는지, 영화사에서 연락이 많이 왔어요.”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서는 누더기 옷을 걸친 장애인으로 흡혈귀로 변한 종교인 송강호의 선봉자로 분하며 <펜트하우스 코끼리>에서는 장혁의 옛 연인과 현재 연인 1인2역의 정신과 의사로, 또 <과속스캔들>에서는 차태현이 한눈에 반하는 여성스러운 여인을 연기한다. “개성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캐릭터를 위해 망가지는 공효진씨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박쥐> 때는 망가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얼굴을 더 시커멓게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는 그녀. “모두들 제가 복받았다고 해요. 섹시함과 청순함 두 가지 모두가 보인다고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얼굴이라니 기분 좋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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