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가상인터뷰] 정체 모를 ‘눈’에 조종당하는 <이글 아이>의 제리 쇼
2008-10-16
글 : 김경우
“세상의 컴퓨터들은 다 때려부술 겁니닷!”

-안녕하세요. 제리 쇼씨.
=네, 안녕하십니까? 아, 인터뷰 전에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혹시 휴대전화기 갖고 계십니까?

-네, 여기요. 그런데 왜… 혹시 어디 전화하실 데라도?
=(갑자기 휴대전화기를 낚아채더니 창밖으로 휙 던져버린다.)

-아니, 이 사람이? 왜 남의 전화기를 버려욧?
=(기자 앞의 노트북을 가리키며) 그것도 이리 주세요. 그것도 던져버리게.

-(노트북을 확 끌어안으며) 이 양반이 미쳤나? 휴대전화기도 모자라서 노트북까지? 게다가 이건 이번에 큰맘 먹고 12개월 할부로 바꾼 거라구욧!
=흠… 그 노트북 안 치우시면 인터뷰 못하겠습니다. 옛날 기자들은 수첩하고 펜만 갖고도 인터뷰 잘하던데 왜 요즘은 죄다 노트북을 끼고 다니는지.

-당최 이해를 못하겠지만 제 노트북이 눈에 거슬린다면 뭐 치워드립지요. 그런데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겠네. 혹시 기계치세요? 거 젊은 양반이 왜 그렇게 기계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거예요?
=제가 복사가게 직원이었는데 설마 기계치였겠습니까? 그리고 어렸을 때는 세상에 둘도 없는 로봇광이었구요. 그런데 기계란 게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몹쓸 거입디다. 그것들 때문에 낭만이니 자유가 완전히 없어졌다구요. 이젠 애인한테 거짓말도 못하는 세상이에요. 휴대전화로 위치추적하면 어디 있는지 다 나오니까.

-그렇게 위치추적을 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실종된 사람이나 유괴된 아이 찾기는 더 수월해졌잖아요.
=흥! 뭐 그렇다고 범죄율이 더 낮아졌습니까? 오히려 그런 기능을 이용한 신종범죄가 더 판을 친다구요. 그리고 그렇게 개인정보가 다 누출되고 통제를 하다보니 인권이라곤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어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도 안 읽으셨어요. 거기 등장하는 ‘빅 브러더’가 이제 진짜로 존재하는 세상이 되었다니까요. 그래서 전 이제부터 세상의 기계들, 특히 컴퓨터란 컴퓨터는 다 없애버리기 위한 계획을 꾸미고 있는 중입니다.

-옛날 산업혁명 때 영국에서 일어난 러다이트 운동처럼 기계파괴 캠페인이라도 펼칠 셈이신가요?
=그것보다 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말 그대로 발본색원이죠. 최초의 컴퓨터인 에니악이 개발됐던 1946년으로 가서 개발자들이 에니악을 못 만들도록 설득할 겁니다. 정 안 되면 죽이기라도 해야죠. 그렇게 아예 컴퓨터란 게 나오지 못하게 해야 요즘 같은 폐악이 없어질 겁니다.

-흠, <터미네이터>나 <백 투 더 퓨쳐>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하시는군요. 그래요, 좋은 아이디어라 칩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 과거로는 어떻게 가시려구요?
=당연히 타임머신이죠. 사실 지금 비밀리에 연구소를 차려놓고 타임머신을 제작 중입니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내로라하는 컴퓨터 개발자들을 고용했어요. 뭐 솔직히 불가능한 일 같긴 하지만 그래도 요즘 컴퓨터가 웬만큼 좋아야지요. 수작업으로 했으면 절대 계산할 수 없을 100000000분의 1초 정도의 오차도 다 잡아낼 수 있고.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하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없었다면 꿈도 못 꿀 일이죠, 하하.

-(이 뭥미?)아니 컴퓨터를 없애겠다는 사람이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요? 그거야말로 모순 아닙니까?
=흠… 그런가? 뭐 인터뷰 끝나고 연구소에 가서 컴퓨터한테 물어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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