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59번째는 김충남이 기증한 <청춘의 십자로> 광고전단입니다.
2007년 발굴된 <청춘의 십자로>는 여러 가지 면에서 귀중한 필름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영화임은 물론이고,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무성영화 중 처음이자 질산염 필름이 발견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덕분에 자료원에는 질산염 필름을 위한 특별 수장고가 마련되었고 <청춘의 십자로>는 독방을 쓰며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 <청춘의 십자로> 필름은 한때 단성사를 경영했던 분의 자손이 보관했던 것으로 각각의 필름 캔에는 <아리랑> <장한몽> 등의 제목이 적혀 있어 자료원 직원들을 매우 긴장하게 하기도 했다.
<청춘의 십자로>(1934)는 첫 발성영화로 기록되는 <춘향전>(1935)보다 1년 앞서는 작품으로 무성영화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그 만듦새도 뛰어나다. 로맨스 활극으로 1938년 조선일보영화제 무성영화부문 6위에 올랐던, 대중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무성영화 시대를 대표하는 안종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유도선수 출신 활극 스타 이원용과 <아리랑>으로 온 국민을 울렸던 신일선이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작품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리랑>의 명성으로만 알려진 배우 신일선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는 유일한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언론은 이 작품의 연출력과 조선영화 기술의 개척자인 이명우의 촬영에 대해 호평했다.
<청춘의 십자로>는 2008년 5월 자료원의 상암동 청사 이전 후 가졌던 개관영화제를 시작으로 여러 영화제에서 김태용 감독의 총연출과 배우 조희봉의 변사 공연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 70여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청춘의 십자로>를 통해 기록에만 의존했던 무성영화 시대의 문을 새롭게 여는 것는 물론, 일제시대 관객이 즐겼던 영화를 변사와 악단, 무대 위 가수를 통해 현재의 감각으로 만나는 일은 분명 흥분되는 일이다. 한국영화박물관은 <청춘의 십자로> 필름이 담겨져 있던 필름 캔과 함께 색은 바랬지만 지금 보아도 디자인이 뒤지지 않는 광고 전단을 함께 전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