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배우 데이비드 듀코브니의 첫 연출작 <하우스 오브 디>
2008-12-24
글 : 장영엽 (편집장)

(로빈 윌리엄스의 비중이 적어) 어리둥절 지수 ★★★★
안톤 옐친 연기 만족도 지수 ★★★★
데이비드 듀코브니 감독 권장 지수 ★

‘멀더’ 요원이 메가폰을 잡았다. <하우스 오브 디>는 <X파일>로 유명한 배우 데이비드 듀코브니의 첫 연출작이다. 뉴욕에서 나고 자란 그답게 감독 데뷔작의 주무대는 뉴욕이다. 1970년대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는 지금의 뉴욕처럼 활기차고 역동적이지만, 신경증을 앓는 엄마(티아 레오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열세살 소년 토미(안톤 옐친)에게는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영화는 그리니치 빌리지의 작은 동네 안에서 불안정하게 맴도는 토미와 그 주변 인물을 조명하며 한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다.

여느 성장영화처럼 <하우스 오브 디>는 사춘기 소년이 겪을 만한 온갖 달콤씁쓸한 경험들을 늘어놓는다. 좋아하는 소녀 멜리사(젤다 윌리엄스)와의 로맨스, 성에 대한 호기심, 멋진 자전거를 갖고 싶은 욕망이 어지럽게 뒤섞인 가운데 토미의 마음 한켠에는 언제나 아빠를 잃고 혼자가 된 엄마를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 또한 자리잡고 있다. 토미를 연기한 안톤 옐친은 이처럼 변덕스럽고도 순수한 열세살 소년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적역이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은 <찰리 바틀렛>의 엉뚱한 고딩 카운슬러를 떠올리게 하지만, 얼굴 표정을 무너뜨리며 울음을 토해내는 장면에서는 좀더 성숙한 배우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준다.

토미 주변의 인물 구성은 무난하다. 41살의 나이에 정신연령은 11살인 학교 수위 파파스(로빈 윌리엄스)는 또래 친구 대신 토미와 추억을 쌓고 갈등을 겪으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일조한다. 그보다는 구치소 철창 안에서 얼굴도 보지 못한 채 토미에게 큰소리로 인생상담을 해주는 레이디(에리카 바두) 캐릭터가 훨씬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토미의 엄마를 연기한 티아 레오니와 짧게 등장하는 학교 목사 캐릭터, 섹시한 고깃집 주인은 별다른 인상을 주지는 못하나 영화에 무리없이 녹아드는 편이다.

정작 문제는 데이비드 듀코브니의 출연에 있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그는 어른이 된 토미를 맡아 소년의 후일담을 말한다. 상처받은 소년이 정든 뉴욕을 훌쩍 떠나버린 채로 끝났다면 여운이라도 남았으련만 어른이 되어 돌아온 소년이 지인들과 회포를 푸는 식으로 영화는 쉽게 끝난다. 군더더기를 없애고 토미의 불안정한 유년 시절에 초점을 맞췄더라면 좀더 깔끔한 성장영화가 될 수 있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Tip/ 영화에서 토미와 로맨스를 나누는 여학생은 로빈 윌리엄스의 친딸 젤다 윌리엄스다. 토미의 엄마로 등장하는 티아 레오니는 감독·각본·배우를 맡은 데이비드 듀코브니의 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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