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오신다.
톰 크루즈가 영화 <작전명 발키리>의 개봉에 맞춰 오는 1월17일 한국에 온다고, 이십세기 폭스코리아발 보도메일이 알려줬다. 한국이 <작전명 발키리>의 월드투어 스케줄상 아시아 지역에서는 유일한 방문국이라고 한다. 사실 특별히 놀랍지는 않다. 2008년은 유독 해외스타들의 한국 방문이 잦았던 해가 아니던가. 유덕화도 왔고, 홍금보도 왔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왔고, 벤 스틸러도 왔다. 이제는 알아서들 오는 분위기잖아, 라고 하면 좀 건방진 것 같지만 그만큼 신기하지는 않다는 거다.
설마하니 그들에게 먼 옛날 한국을 찾아와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출연했던 브루스 윌리스나 이연걸 같은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톰 크루즈가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하면 어떨까 잠깐 생각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2008년에는 그 남자, 키아누 리브스도 <스트리트 킹> 홍보차 내한했다. 특별히 놀랍지는 않았지만 궁금했다. 혹시 톰 크루즈도 키아누 리브스처럼 먼 길을 달려왔다가 비난만 듣고 가는 건 아닐는지.
키아누 리브스의 <스트리트 킹>도 이십세기 폭스코리아가 직배한 영화였다. 그가 내한했던 지난 2008년 4월, 당시 온라인 뉴스 창에는 “마치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비밀리에 입국했다는 소식들이 떴다. 비밀리에 입국한 게 문제될 건 없다. 조용히 들어오고 싶다는데 어쩔 텐가. 문제는 기자회견이었다. 당시 이십세기 폭스코리아는 기자회견장에 특정 매체의 출입만 허락했다. 한국인이 갱으로 나오는 영화 초반의 내용에 대해 함구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기자회견장에는 카메라와 휴대폰을 못 가지고 들어가게 했고 사진기자는 포토타임에만 입장이 가능했다. 비밀리에 입국한 건 그렇다쳐도 굳이 기자회견장까지와서 007 작전을 펼치려 한 셈이다. 기자들로서는 뿔이 나는 게 당연했다.
8개월 전의 안 좋은 기억 탓에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이영미 부장은 요즘 ‘잔뜩’ 긴장 상태다. 그래도 다행히 톰 크루즈는 키아누 리브스처럼 예민하지 않은 스타라고 한다. “8개월 전에는 키아누 리브스의 홍보팀이 통제를 요구했었다. 워낙 내성적인 사람이라서 여기저기서 플래시가 터지면 많이 당황스러워해서였다. 한국인과 관련한 내용도 미국쪽에서 내려온 가이드라인이었다. 당시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키아누 리브스가 찾아간 나라마다 기자들이 항의를 했다. 하지만 톰 크루즈쪽은 아직 아무런 가이드라인을 보내지 않은 상태다.”
현재 확정된 행사는 공식 기자회견과 레드카펫 행사 정도다. 키아누 리브스는 워낙 급박하게 내한일정이 잡힌 탓에 기자회견장을 협소한 장소로 구했다. 이번에는 모든 매체를 대상으로 하도록 넓은 장소를 확보했다. 관객과 만나는 레드카펫 행사는 톰 크루즈가 먼저 2시간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워낙 기자나 팬들과 만나는 걸 즐기는 스타다. 공항에서 사진찍고 팬들과 만나는 것도 오픈마인드로 대할 것 같다. 물론 그 덕분에 우리가 할 일은 더 많아졌지만….” 이영미 부장의 말이다. 단, 이번 행사는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유일한 프리미어 행사이기 때문에 다른 아시아 지역 기자들도 참가한다. 톰 크루즈는 ‘예의 바르고 유쾌한 스타’의 이미지를 남기고 떠날 수도 있겠지만, 기자들 사이의 몸싸움은 더 치열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