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세계의 관객을 만나다-LA] 나의 시간도 거꾸로 간다
2009-01-21
글 : 황수진 (LA 통신원)

토요일 저녁 LA 파사데나 퍼시픽 커머스(Pasadena Pacific Commerce) 극장. 1월 마지막 주까지 9천만달러의 돈을 벌어들이며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하고 있는 데이비드 핀처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이 영화는 1918년 80살의 외형을 갖고 태어난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이 해가 갈수록 점점 젊어진다는 이야기로, 현재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떠오르는 중이다. 아내와 함께 데이비드 핀처의 판타지를 관람하고 나오는 조지 볼링을 그의 아내가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에 잠시 붙잡았다. 부부는 문답이 끝나자마자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돌아섰다. 부부의 사진을 카메라에 담지 못해서 무척 안타까웠다.

-개봉작이 꽤 많다. 왜 데이비드 핀처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선택했나.
=우리는 매주 한번은 꼭 극장을 찾는다. 그래서 영화를 꽤 많이 보는 편이다. 일단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해가 갈수록 젊어지는 남자의 이야기라는 컨셉이 아주 흥미로웠다. 브래드 피트의 나이를 거꾸로 돌리는 특수분장과 특수효과도 꼭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보다는 아내가 원했다. (웃음) 아무래도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이 나오는 영화니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무슨 생각을 했었나.
=물론 영화에 대해서 생각했다. 일단 영화에 그려진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무척 좋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 초반에는 극에 완전히 몰입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벤자민 버튼의 외모 때문에. 스크린에 나온 인물의 어느 부분까지가 실제 브래드 피트일까라는 영화 외적인 생각을 하느라고 계속해서 머리를 굴리고 있었거든. (웃음) 그런데 극이 진행될수록 ‘성장한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의 차이가 무엇일까를 깊이 생각하면서 영화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었다.

-그래서 ‘성장한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의 차이가 결국 뭐라도 생각되던가.
=글쎄.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는 불행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사람은 다 어린아이에서 시작해서 결국 어린아이로 끝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둘은 서로 대칭을 이룬 닮은꼴이라고 하는 게 옳지 않을까. (팔을 들어 손으로 작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인생이라는 게 이런 식의 포물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례지만 전공이 무엇인지 물어봐도 되겠는가.
=(웃으며) 대학 때 철학을 전공했다.

-역시! 혹시 지금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있지 않나.
=맞다. 사실은 스튜디오에서 영화 트레일러를 제작하는 일을 맡고 있다.

-오, 그렇다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트레일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본 트레일러는 미스터리의 톤을 잘 살린 아주 좋은 트레일러였다. (어떤 트레일러였는지 생각하는 와중에) 그런데 당신이 본 트레일러와 내가 본 트레일러가 같지 않을 수도 있을 거다. 어떤 개봉영화의 앞에 묶여서 보여지는지에 따라서 같은 영화의 트레일러라도 컨셉이 다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를테면 <쏘우>를 보러 갔을 때 나오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트레일러는 디즈니 영화 트레일러와 같이 묶여서 상영되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트레일러와는 조금 다르다.

-인터넷 등 다른 뉴미디어를 통해 영화를 접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매주 영화관을 찾는다고 했는데, 당신은 어떠한가.
=직업상 언제 다른 사람들이 웃는지, 감동받는지 궁금해하는 것도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나에겐 다른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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