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슬럼독 밀리어네어> 작품상·감독상 포함 오스카 8개 부문 수상
2009-02-23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

할리우드 스타들로 어느 때보다 빛나던 오스카의 밤이 저물었다. 현지시간으로 2월22일 저녁, LA 할리우드에 위치한 코닥 시어터에서 열린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스트레일리아> <엑스맨> 시리즈의 ‘울버린’ 휴 잭맨의 사회로 진행됐다. 2009년 오스카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 8개 부문을 수상한 <슬럼독 밀리어네어>다. <스크린데일리>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오스카를 휩쓸었다”고 수상식 소식의 첫문장을 시작했고, <버라이어티> 역시 “최고상을 비롯한 섬광의 순간”을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가져갔다고 표현했다.

작품상, 감독상 등 8개 부문 수상한 <슬럼독 밀리어네어>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뭄바이를 배경으로, 가난뱅이가 부자가 되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비카스 스와루프의 장편소설 <Q&A>가 원작으로,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주제가상, 음향상까지 모두 8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10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승승장구는 시상식이 시작된지 채 30분이 지나지 않아서 각본을 쓴 사이먼 뷰포이가 각색상을 수상하며 첫발을 디뎠다. 뷰포이는 “대니(보일, 감독)와 크리스천(콜슨, 제작자)이 나머지 삼총사”라며 감사를 전했고, 곧 그 감사는 감독상과 작품상으로 화답을 받았다. 감독상이 발표된 뒤 무대에 오른 대니 보일은 “적은 돈으로 제작되는 인디영화들에게 큰힘”이 된다고 말했고, 스티븐 스필버그로부터 작품상 트로피를 건네받은 제작자 크리스천 콜슨은 “우리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룰 스타도 힘도 없었다. 그러나 우리에겐 각본이 있었고, 그 각본을 미치도록 사랑하는 감독이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버라이어티>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수상을, 할리우드와 오스카에 불어오는 세계화의 바람으로 해석했다. 캐스팅의 대부분이 인도 출신 배우들이며, 영화를 이루는 언어의 30% 이상이 힌두어이기 때문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외국어 영화로는 첫 작품상 수상작이 됐고, 대니 보일과 사이먼 뷰포이에게도 첫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주었다.

여우주연상: 케이트 윈슬럿
남우주연상: 숀 펜

케이트 윈슬럿 역시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로 생애 첫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1995년 <센스 앤 센서빌리티>를 시작으로 <타이타닉> <아이리스> <이터널 선샤인> <리틀 칠드런>으로 모두 5번 연기자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2009년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로 6번째 이름을 올리고서야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 윈슬럿은 얼마 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레볼루셔너리 로드>로 여우주연상을,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너무 놀라 감정이 격해보이기까지했던 골든글로브 때보다는 안정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윈슬럿은 영화의 제작자인 故 앤서니 밍겔라 감독과 故 시드니 폴락의 이름을 부르며 감사를 전했다.

남우주연상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커밍아웃한 정치가 하비 밀크의 생애를 다룬 <밀크>의 숀 펜이 가져갔다. “이 빨갱이들, 호모 좋아하는 나쁜 놈들”이라는 우스개로 입을 연 펜은 감독 구스 반 산트와 영광을 나누고, 동성연애자간 결혼과 새 시대를 맞은 미국에 대해 지지를 표한 뒤, 함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트로피를 그에게 양보한 미키 루크에 찬사를 바쳤다. “미키 루크의 재기를 축하한다, 그는 나의 형제다.”

여우조연상: 페넬로페 크루즈
남우조연상: 히스 레저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특이한 점은, 연기자 부문을 수상할 때 과거 수상자 5명이 무대에 올라, 5명의 후보를 각각 소개했다는 점이다. 역대 수상자가 후보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할 때는, 객석에 앉은 영화인들이 기립해 박수와 환호를 보내 그 자체로 장관을 이루기도 했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시상식이 시작되고 첫번째로 수상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우디 앨런의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에서 신경질적이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내뿜는 마리아 엘레나 역할은 연기한 크루즈는 감독 우디 앨런에게 아름다운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를 주고 믿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고, “여배우를 위한 역할을 말할 때, 페드로 알모도바르를 빼놓을 순 없다. 그의 많은 모험에 나를 포함시켜 준 것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말을 맺었다. 한편, 남우조연상은 <다크 나이트>의 조커를 연기한 故 히스 레저에게 돌아갔다. 레저의 가족이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수상했다.

13개 부문 후보로 올라 2009년 오스카 후보 중 최다 노미네이션을 성취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3개 부문을 수상하며, 2등 자리를 꿰찼지만, 작품상, 감독상 등 알짜배기 상들을 수상한 1등 <슬럼독 밀리어네어>와는 다르게 특수효과상, 분장상, 예술감독상 등 기술적인 부문을 수상했다.

외국어영화상: 굿'바이: Good&Bye

올해 수상자/작들은 오스카 시상식 이전에 거행된 골든글로브, SAG(미국 영화배우조합) 등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버라이어티>와 <스크린데일리>가 입을 모으는 의외의 수상결과가 있다. 바로 외국어영화상 부문이다. 수상작은 일본감독 다키타 요지로의 <굿’바이: Good&Bye>로 아리 폴만의 <바시르와 왈츠를>, 로랑 캉테의 <더 클래스> 등 각종 해외 영화제의 화제작을 누르고 영광의 무대에 올랐다. 다키타 요지로는 무대에 올라서도, “믿기 어렵고, 여전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례지도사가 되기로 결심한 첼리스트의 삶을 그린 <굿’바이: Good&Bye>는 일본 내에서 60개가 넘는 트로피를 휩쓴 영화다.

오스카의 의외성은 각본상에서도 발견됐다. 각본상은 <밀크>의 더스틴 랜스 블랙이 가져갔다. 무대에 오른 블랙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준 어머니에게 감사를 전했고, 이어 매우 감정이 깃든 소감을 남겼다. “가장 감사하고 싶은 사람은 하비 밀크다. 그는 오늘 밤 내가, 교회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정부로부터 비하당하는 모든 레즈비언과 게이 어린이들에게 너희들 모두가 아름답고 놀라운 창조물이라고 말하길 원할 것 같다. 신은 너희들을 사랑하고, 약속하건데 머지 않아 정부가 인정하는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영화가 나와 같은 고민을 했던 어린 친구들을 덜 외롭다고 느끼게 해줬으면 바랄 뿐이다.”

<드림걸스>의 감독과 제작자 콤비 빌 콘돈과 로렌스 마크가 연출한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여러가지 볼거리를 준비했다. 휴 잭맨은 사회자 이상으로 무대에 참여했는데, “뮤지컬이 돌아왔다!”고 입을 열더니, 비욘세, 잭 에프론, 바네사 허친스, 아만다 시프리드 등과 함께 할리우드에서 만들어낸 뮤지컬 영화의 넘버들을 부르며 무대를 달궜다. 퀸 라티파는 먼저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노래를 불렀고, 알리시아 키스, 티나 페이, 스티브 마틴, 로버트 패틴슨 등이 발표자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또 바즈 루어만, 주드 애파토우 등에게 시상식과 시상식 사이를 연결하는 짧은 코너를 맡긴 것도 인상적이었다.

다음은 제81회 아카데미 수상자/수상작 목록이다.

제81회 아카데미 수상자/수상작

작품상: 크리스천 콜슨 - <슬럼독 밀리어네어>
감독상: 대니 보일 - <슬럼독 밀리어네어>

남우주연상: 숀 펜 - <밀크>
여우주연상: 케이트 윈슬럿 -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남주조연상: 히스 레저 - <다크 나이트>
여우조연상: 페넬로페 크루즈 -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각본상: 더스틴 랜스 블랙 - <밀크>
각색상: 사이먼 뷰포이 - <슬럼독 밀리어네어>
촬영상: 앤서니 도드 맨틀 - <슬럼독 밀리어네어>
편집상: 크리스 디킨스 - <슬럼독 밀리어네어>

음향상: 이언 태프, 리처드 프라이크, 레슐 푸쿠티 - <슬럼독 밀리어네어>
음향편집상: 리처드 킹 - <다크 나이트>
음악상: A. R. 라흐만 - <슬럼독 밀리어네어>
주제가상: A. R. 라흐만, 삼푸란 싱 쿨자르 ≪Jai Ho≫ - <슬럼독 밀리어네어>

특수효과상: 에릭 바르바, 스티브 프리크, 버트 달튼, 크레이크 배런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분장상: 그렉 캔넘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예술감독상: 도널드 그레이엄 버트, 빅터 J. 졸포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의상상: 마이클 오코너 - <공작부인: 세기의 스캔들>

올해의 애니메이션상: <월·E>
단편 영화상: <Spielzeugland>
단편 애니메이션상: <La Maison en Petit Cubes>
외국어영화상: <굿’바이: Good&Bye ->(일본)
장편 다큐멘터리상: <맨 온 와이어>
단편 다큐멘터리상: <스마일 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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