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남자와 그들의 미모가 연일 화제다. 엄친아 등의 단어로 대표됐던 특별한 남자들의 존재가 늘 이슈였던 것은 분명하지만 <꽃보다 남자>라는 고전이 또 한번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남성상품’ 소비시대가 만개한 듯하다.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한국보다 꽃미남에 대한 수요가 극명한 일본은 그 방식이 훨씬 더 정교하다. 대중이 권위와 신뢰도를 인정하는 이른바 ‘오피셜’ 인기투표가 있을 정도. 바로 ‘안기고 싶은 남자’ 랭킹이 그것이다. 초등학생 시절, 종이 쪽지에 멋진 남자아이의 이름을 적어 내던 그런 것과는 규모가 다르다.
유력 여성지 <앙앙>에서 조사해 매년 발표하는 이 순위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그 결과를 주목하는 이른바 공인된, 멋진 남자들 순위다. 결과가 발표되는 9월이면 그 내용이 각종 TV 연예프로그램을 필두로 수많은 곳에서 화제가 된다.
순위집계는 인터넷과 엽서 등을 통해 이뤄지는데 2008년의 경우 1만7천여명의 독자가 응모, ‘안기고 싶은 남자’ 1위 자리에 기무라 다쿠야가 이름을 올렸다. 기무라는 1994년 이 순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이래 2008년까지 무려 15년 동안 ‘안기고 싶은 남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여기서 ‘안기다’라는 표현은 그 의미가 단어의 직접적인 뉘앙스에 치중되어 있다기보다는 ‘좋아한다’는 쪽에 더 가깝다. 하지만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의 ‘고급’ 여성독자를 주요 타깃으로 하는 잡지에서 단순히 ‘좋아하는 남자’ 순위를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것도 이상할 일이다. 그런데 또 누구나가 좋아한다고 해서, 안기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므로 어떤 순위를 더 관심있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은 개개인의 자유다. 그래서 이뤄지는 조사의 항목도 다양하다. 단순히 ‘좋아하는 남자’ 순위도 있고, ‘안기고 싶은 남자’, ‘연인으로 삼고 싶은 남자’, ‘결혼하고 싶은 남자’, ‘남동생이었으면 싶은 남자’ 등등 세심하게 남자들의 존재 의미를 분류한다.
매년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투표다 보니 단순히 그 내용이 재미에만 치중되는 것도 아니다. 이 순위의 결과는 당대 여성들의 남성관, 사랑에 대한 생각, 연애심리 등을 잘 반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문화산업이나 실제 소비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지표로도 여겨진다. 예쁘고 잘빠진 꽃미남 아이돌들이 대부분의 순위를 채우는 것이 보통이지만 시대적 분위기에 따라 개그맨, 정치가, 가수, 운동선수 등도 그 인기를 증명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실제로는 일본 최대 아이돌 기획사인 자니스 사무소 소속 탤런트들이 매년 상위 30위권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그래서 자니스 소속의 기무라 다쿠야가 15년 내내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은 것만큼이나 10년 넘게 ‘안기고 싶은 남자 No.2’의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는 가수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존재도 놀랍다. 가수이자 배우로도 활동하는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애칭인 ‘마샤’로 유명한데 아카니시 진, 마쓰모토 준, 오카다 준이치 등 자니스 사무소 소속 아이돌들이 순위권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스쳐가는 그 긴 세월 동안 매년 상위권 세 자리에 드는 맹활약을 펼쳐왔다.
사실 후쿠야마 마사하루 정도를 제외하면 아이돌이 아닌 본격 배우나 아티스트가 ‘안기고 싶은 남자’ 순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미녀의 기준이 세월에 따라 바뀌듯 ‘안기고 싶은 남자’의 의미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순위를 고르는 독자들은 단순히 그들이 잘생겼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시대적 감수성을 대변하는 ‘매력남’들을 순위에 올려놓는다. 그 배우가 영화에서 맡았던 캐릭터, 그 가수가 부르는 노래, 어떤 개그맨의 열정 등이 대중에 어필하면 그런 요소들이 순위를 결정짓기도 한다. 물론 우연치 않게 그 ‘안기고 싶은 남자’들이 대체로 잘생기긴 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