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다 말도 안되는 소리야!” 종교 및 시민 권리를 위한 가톨릭 동맹이 또 한번 순결한 가톨릭의 정서를 옹호하고 나섰군요. 화제의 중심에 선 영화는 5월 개봉을 앞둔 론 하워드 감독의 <천사와 악마>입니다. 벌써 감이 잡히시나요? 네, 맞습니다. <다빈치 코드>로 가톨릭계의 반발을 샀던 원작자 댄 브라운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그러고보니 동맹이 벌써부터 이 영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음은 확실해지는군요. 기독교의 근본 원리인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전면 부인하고 나선 <다빈치 코드>가 잘못된 정보 유포로 비난을 받았다면, 이번 <천사와 악마>가 동맹의 심기를 건드린 건 어떤 부분에서였을까요.
영화는 로마 바티칸의 교황 후보 4명의 납치, 그 속에 숨겨진 강력 지구 에너지원 ‘반물질’의 비밀을 캐는 내용입니다. 추기경을 죽음의 위협에 빠뜨린 건 18세기, 가톨릭 교회의 탄압에 의해 사라진 비밀결사대 ‘일루미나티’였습니다. <다빈치 코드>의 종교기호학 교수 랭던(톰 행크스)이 교황청을 구하기 위해 또다시 활약하는군요. 영화 속 가톨릭교는 갈릴레오, 코페르니쿠스 등 계몽주의 시대 과학자들이 모여 결성한 일루미나티를 탄압한 장본인이 되는 거군요. 그러니 동맹이 이 영화에 대해 <다빈치 코드>와 똑같은 심정적 처벌을 내린다고 해도 그리 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라면 두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연맹의 윌리엄 도나휴 대표는 벌써 이 작품에 대한 적극 반대를 표명했으며, 곧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을 거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 ‘잘못된 정보’가 모두 픽션을 전제로 한다는 데 있습니다. <다빈치 코드>의 개봉 즈음, 연맹이 상영반대 운동,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던 걸 기억하십니까? 그때 법원은 ‘허구의 내용이라 종교적 신념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고, 이 소동 덕에 논란과 화제를 불러모은 영화는 되레 흥행을 했습니다. 그러니 연맹의 의도에 정확히 반한 ‘안 보기 운동’을 굳이 재차 반복하는 것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영화는 영화다’라고 한들 <사우스파크>의 성처녀 마리아가 항문에서 피를 흘리고 <다빈치 코드>의 예수는 부활하지 않는데 가만히 있을 신도는 또 어디 있겠습니까? 흥행이 되든 말든 그러니까 연맹은 발끈할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