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제프리 딘 모건] 시가 한대만 물면 돼!
2009-03-12
글 : 김용언
<왓치맨> <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 배우 제프리 딘 모건

“당신은 너무 귀여우니까 죽으면 안돼요!”

2006년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2가 끝날 때쯤 전미 시청자의 관심사는 오직 심장병 환자 데니의 생사 여부였다. 인턴 이지(캐서린 헤이글)와 사랑에 빠진 심장병 환자 데니를 연기한 배우 제프리 딘 모건이 식당이나 마켓만 가면 이미 눈물이 글썽해진 팬들이 다가와 그렇게 당부하곤 했다. 물론 <그레이 아나토미>라든지 <슈퍼내추럴> <위즈> 등의 미국 드라마를 챙겨보지 않은 관객으로선 아직까진 제프리 딘 모건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나 하비에르 바르뎀과 외모상 헷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3월에 개봉하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왓치맨>과 그리핀 던의 <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에서 모건은 눈 밝은 관객의 촉수를 잡아채고야 말 것이다.

<왓치맨>의 어느 캐릭터를 가장 좋아하느냐를 묻는 건 당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가늠해볼 중요한 패다. 그런데 ‘코미디언’을 가장 좋아한다고 대답한다면 그건 설명하기가 좀 힘들어진다. 원작과 영화 모두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코미디언 살인사건’의 강력한 시각적 충격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엔딩신까지 꽁꽁 숨겨진 코미디언의 비밀과 그에 얽힌 여럿의 절절한 감정선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코미디언의 냉혹한 유머감각과 위악적인 인생관이 안겨주는 은밀한 쾌감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만화 프레임 안에 갇혀 있던 코미디언의 입에 생명을 불어넣은 배우가 바로 제프리 딘 모건이다. “나로 말하자면 입에 시가 한대만 물려 있으면 됐다. 그러자 코미디언이 책에서부터 걸어나왔다.”

하지만 <그레이 아나토미>에서의 ‘착한 남자’가 정 그리운 팬이라면 <왓치맨> 대신 <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에서 우마 서먼과 사랑에 빠지는 그의 모습을 택할 수도 있다. 콜린 퍼스의 존재감이 색바래질 만큼 그야말로 장난꾸러기 같고 만년 소년 같은(무수한 연애상담서에서 ‘이런 남자 절대로 만나지 마라’라고 경고하는 타입의) 소방관 패트릭으로 등장하는 그는 수많은 여성 관객의 심장을 훔칠 만한 매력을 뿜어낸다.

오랜 무명 생활 끝에 뒤늦게 스타덤에 오른 이 배우는 2009년 한해 동안 그동안의 굶주림을 해소하기라도 하듯 숨돌릴 틈 없이 흥미로운 작품들을 줄줄이 선보인다. 커스틴 던스트와 프랭크 란젤라와 공연하는 <올 굿 싱즈>로 시작하여, 1969년 우드스탁 콘서트를 배경으로 한 리안의 신작 <테이킹 우드스탁>, 존 쿠색과 주윤발, 공리 등이 출연하는 시대극 <상하이>가 그것. 제프리 딘 모건에게도, 그의 팬들에게도 행복한 한해가 될 것이다.

사진제공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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