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4월15일 2시
장소: CGV 왕십리
이영화
국내 최대 갤러리 비문을 운영하는 배태진(엄정화)은 원하는 건 제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의 소유자다. 조선시대 궁중화원 안견의 <벽안도>를 일본에서 입수한 배태진은 ‘신의 손’이라 불리는 복원기술자 이강준(김래원)을 불러들인다. 복원에 성공할 경우 경매시장에서 4백억원을 호가할 것이라는 <벽안도>. 갤러리 비문은 전설의 그림 <벽안도>를 차지하기 위한 패거리들의 암투 장으로 변한다.
100자평
미술시장과 관련된 여러 스캔들을 엮어 하나의 영화로 만들겠다는 시도는 괜찮다. 하지만 완성된 시나리오가 너무 무겁다. 일단 너무 많은 이야기를 집어넣은 데다, 복잡하게 얽힌 구원(舊怨)이나 선악의 구도는 영화를 칙칙하게 만든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사기영화라는 측면에서 <타짜>를 떠올려 보면, 굳이 구원으로 얽히지 않더라도 각자의 필요에 의해 이합집산 하는 사람들을 스타일리쉬하게 스케치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영화는 '나쁜 권력'에 대항하는 '착한 장인'이라는 구도, 악의 뒷배에 일본이 자리하고 있는 설정, 그리고 김래원 이라는 배우로 인하여 오히려 <식객>을 연상시킨다. 그렇다면 차라리 <식객>처럼 기예를 감상하는 쾌감이나 정직한 승부에 의한 카타르시스를 보여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기예에 관해 수많은 말들을 늘어놓으면서도 정작 기예에 집중한 짬을 주지 않으며, 온갖 복잡한 협잡과 범죄로 관객의 주의를 분산시킨다.
영화는 마지막에 이르러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이 김래원의 매끈한 시나리오에 의한 복수극이었음을 밝히는데, 어쩌면 그의 시나리오는 한 치의 오차도! 없으며, 그다지도 유능해 보이던 엄정화가 조금도 눈치 챌수 없었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김래원이 <다크 나이트>의 조커에 버금가는 신기를 가졌단 말인가?) 배우들의 연기도 그다지 잘 조화된 것 같지 않다. 특히 홍수현과 최송현의 연기는 과도한 의욕으로 전체적인 조화를 깨는데 일조한다. 더욱이 에필로그로 등장하는 중국의 거리장면은 결국 영화내내 일본이 한국에 했다고 주장되던 동일한 악행을 이제 한국이 중국에 가서 하겠다는 것인지, 뒷맛이 영 찜찜하다.
황진미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