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올려 다듬은 눈썹, 가지런히 잘라놓은 앞머리, 뾰족한 귀. 이게 섹시할 수 있다니.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스팍은 우주전쟁의 영웅이다. 지구인 어머니와 불칸족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운명적인 엇갈림을 이기고 새롭게 일어선다. 논리와 감성의 충돌 안에서 스스로의 균형을 찾는다. 복잡한 경험과 고민에서 다다른 목적지다. 하지만 그의 외모는 너무나 질서 정연하다. 뜨거운 심장을 배반이라도 하듯 자기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내면의 진동이 정적 속에서 묘하게 자리를 감춘다. 그가 섹시한 이유다.
<스타트렉> 시리즈의 대표 캐릭터 스팍을 연기한 건 TV시리즈 <히어로즈>의 연쇄살인마 사일러스로 인지도를 쌓은 재커리 퀸토다. <히어로즈>에서도 그는 사람의 뇌를 열 정도로 냉혈한이었지만 동시에 잘생긴 외모로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미남자였다. “음습하지만 매력있다”는 게 <히어로즈>를 본 시청자의 주된 평. 그는 2007년 <피플>이 선정한 섹시한 남성 50인에도 뽑혔다. 이탈리안과 아이리시의 피를 반씩 갖고 태어난 퀸토는 음영을 감춘 섹시함을 아주 절묘하게 드러낸다.
올해로 33살이지만 재커리 퀸토는 사실 <히어로즈>에 출연하기 전까지 그리 유명한 배우가 아니었다. 출연작으로 <노토리어스> <24> 등의 TV시리즈가 있긴 했지만 그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주인공 뒤에 숨어 있었다. 하지만 <히어로즈>의 살인마 사일러스는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면 컵에 ‘사일러스’라고 써놓을 정도로 그는 <히어로즈>의 인기를 타고 부상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그는 훨훨 날았다. 2007년 무렵 작가파업으로 <히어로즈> 시리즈가 잠시 중단됐을 때도 퀸토는 휴식을 틈타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오디션을 보았고 보기좋게 합격했다. J. J. 에이브럼스는 퀸토를 본 순간 “오리지널 스팍인 니모이와 혈연관계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몸에 꼭 맞는 옷을 만난 셈이다. 섹시한 살인마로 떠오른 남자 재커리 퀸토는 이제 섹시한 영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