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한국사회에 만연한 몰이해와 곤경 <날아라 펭귄>
2009-05-05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날아라 펭귄> Fly Penguin
임순례/한국/2009년/110분/전주시네마타운8/오후 5시30분

<날아라 펭귄>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 제작하고 임순례 감독이 만든 영화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몰이해와 곤경을 릴레이식 이야기로 이어간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학원에 지친 아이와 아이를 조종하는 헬리콥터 맘(아이를 쫓아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하여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의 이야기다. 아이를 위해 주말에는 오직 영어로만 말해야 한다는 엄마. “노 코리안, 온니 잉글리시”를 외치는 것 까지는 귀엽지만 그녀와 아이가 영어마을의 세트장에 들어 서 있는 순간 영어 열풍으로 치장된 모조 공화국의 일면목이 드러나 섬뜩한 공포까지 동반할 정도다. 하지만 아빠의 우발적인 선택으로 가족은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두 번째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 엄마를 따라 그녀의 직장으로 옮겨간다.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한 청년. 채식주의자이고 술 분해 효소가 없어서 회식문화를 망친다며 “주는 거 없이 미운 애”나 “고문관”으로 통하는 그와 회사동료들과의 개인과 집단의 문제가 중심이다. 그걸 유머러스하게 묻는다.

세 번째 이야기는 그 집단의 상사, 펭귄 아빠의 이야기다(돈이 많아 비행기를 타고 자주 외국에 있는 자식들을 보러 가면 독수리 아빠, 일 년에 두 어 번 가면 기러기 아빠, 그럴 돈도 없어 공항에서 떠날 때마다 배웅하면 그게 바로 펭귄아빠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고 나면 영화의 이야기는 그 펭귄 아빠의 부모님인 노년의 부부에게로 옮겨간다. 인생의 황혼녘에 접어든 노부부에게 갈등이 찾아온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감독 임순례는 이상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심각하거나 흉물스러워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건드리지는 않는다. 요점 정리하고 있으며 복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유머러스하고 온기 있는 시선으로 인물들을 이 곤경에서 구해내고 싶어 한다. 만약 한국사회에 지금 어떤 문제들이 유년에서 노년까지 버티고 있는지 부담되지 않는 마음으로 돌아보고 싶다면 권할 만하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