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왜 이렇게 사는 게 뜻대로 안 되니…”, <복수는 나의 것> 촬영현장
2001-11-28
글·사진 : 정진환

스산한 강바람에 갈대가 너울대는, 제법 초겨울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한적한 시골의 강변. 두 사내가 매서운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 속에 뛰어든다. 한참 뒤 ‘컷’ 소리에, 강가에 몰려 있던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고 나온 두 사내는 추위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이때, 다가온 한 사내가 한마디 내뱉는다. “업고 나오니까 하균이 얼굴이 잘 안 보이는데…. 강호가 한손으로 목을 잡고 끌고 나오면 어떨까?” 사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사내는 다시 차가운 강물 속에 뛰어든다.

지난 11월 중순 전북 순창군의 섬진강 상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 성공 이후 메가폰을 잡은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의 라스트신 촬영현장이다. 복수심에 가득찬 동진(송강호)이 딸의 유괴범 류(신하균)를 강물로 끌고 들어 가는 장면. 원래 오전에 찍기로 했지만 눈과 비가 오락가락하는 변덕스러운 날씨 덕분에 오후 4시가 넘어서 촬영이 진행됐다. 두 번째 들어간 물 속에서 연기를 하던 송강호와 신하균은 다시 NG가 나자 물에서 나오지도 않고 재촬영을 요청해 주위의 스탭들로부터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촬영이 없었던 배두나는 촬영장에 나와 신하균을 응원, 항간의 열애설 사실을 확인하려는 기자들의 인터뷰 공세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박찬욱 감독은 “이번 영화는 코믹, 에로, 액션, 호러가 어우러진 매우 톡특한 영화가 될 것 같다”며 특히 “배우들의 연기에 기댄 영화로 나는 별로 할 일이 없었다”고 겸손해하기도. 현재 90% 이상 촬영을 마쳤고, 내년 2, 3월경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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