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가상 인터뷰]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스팍
2009-05-27
글 : 김도훈
이 죽일 놈의 섹시한 냉미남

-그거 아세요? 스팍이 섹스심벌이랍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40여년간 꾸준히 들어온 소린데요 뭘.

-거만하셔라.
=거만한 게 아니라 남들이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는 건 아니라는 소립니다.

-그래도 평소에 신경은 쓰일 거 아닙니까. 왜 별로 섹시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주변에서 계속 섹시하다고 치켜세워주면 자기가 정말 섹시한 줄 알고 갑자기 옷차림에 신경 쓰거나 하잖아요. 셔츠 단추도 예전보다 하나 더 푼다거나. 괜히 바지 앞섶도 좀 부풀려 보이려고 한다거나.
=누구 이야기인가요?

-물론 제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가 아는 사람 이야기입니다. 신원을 밝힐 수는 없습니다. 뭐 어쨌든, 스팍이 미국에서 섹스심벌이었던 건 유명한 일입니다. 근데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 개봉한 이후에는 한국에서도 섹스심벌이 된 거 같아요. 종종 들어가는 게시판엘 가봤더니 ‘저 요즘 스팍이 자꾸 섹시해 보여요. 어떡해요’라는 글도 보이고.
=어떡하긴 뭘 어떡합니까. 그냥 받아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대체 왜죠? 왜 여자들이 스팍을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글쎄요. 역시….

-역시 뭐요?
=귀… 귀 때문이려나.

-귀요? 발정난 수말처럼 치켜세운 그 귀 말입니까?
=발정난 수말이라뇨. 말이 조금 심하십니다. 이 귀가 얼마나 섹시한데요. 지구인 남자들과는 달리 곧고 뾰족하게 하늘을 향해 치솟아오른 아름다운 자태를 보세요.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불칸 종족은 은하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들로 유명합니다.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칩시다. 근데 귀만으로 섹시함이 나오는 게 아니잖습니까. 불칸인들은 철저하게 이성만을 추구하는 원칙주의자들이라 속이 뒤집어지게 답답하던데, 여자들이 왜 그렇게 좋아죽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에요.
=한국 드라마 보십니까?

-어머 스팍씨도 한국 드라마 보세요?
=거기 보면 여자주인공이 제일 좋아하는 남자주인공 스타일이 어떤가요?

-그야 뻔하죠. 만날 슈트만 입고 다니면서 표정 하나 안 바뀌는 냉철한 재벌 2세 스타일이죠. 모니카 벨루치가 나체로 눈앞에서 마카롱을 핥아먹고 있어도 수건을 집어던지면서 “이거 걸치고 당장 여기서 나가!”라고 말할 것 같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들 말이에요. 재수없는 색희들. 어머. 그러고보니….
=네. 그렇죠. 이제 왜 여자들이 절 좋아하는지 아시겠죠?

-그럼 <씨네21> 강병진 기자도 귀 세우고 코스튬 입고 싸가지 없게 굴면 희대의 섹시남이 되겠네요?
=아… 그건….

-말씀을 하세요.
=뭐 사람 팔자야 꾸미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왜 이러세요. 불칸인은 거짓말을 하는 게 아예 불가능한 종족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거든요? 솔직하게 말씀하세요.
=그렇지요. 솔직하게 답변드리지요.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은 귀 세우고 코스튬 입고 싸가지 없게 구는 순간… 요다가 되지요. <스타워즈>의 요다.

-역시 진실은 가슴 아프군요.
=그런 게 진실 아니겠습니까. 아픈 건 약이 된답니다.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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