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세계의 관객을 만나다-파리] 한국 가서 전지현 보고 싶다
2009-07-08
글 : 최현정 (파리 통신원)

프랑스 출신 크리스 나혼이 연출하고 전지현이 출연한 <블러드>가 지난 월17일 프랑스 내 200개 극장에서 동시 개봉했다. 물론 평은 엇갈린다. 개봉 다음날 저녁 파리 중심의 대형 멀티플렉스관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오는 스티븐 카수와 대화를 나누었다. <씨네21>을 소개하자 자신은 한국영화 광팬이라며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 중 가장 흐뭇한 얼굴이었다. 영화가 재미있었나 보다.
=(여전히 밝은 표정으로) 사실 영화를 보고나서 적이 실망했다.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블러드>의 원작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해서 실사영화는 어떨지 오랫동안 기다렸다. 실망은 했지만 호기심은 풀게 돼 기분은 좋다.

-원작과 비교해서 영화는 어떤가.
=원작에 비해 시나리오의 많은 부분을 부드럽게 수정했는데, 개인적으로 그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돈을 투자한 영화이니만큼 다양한 관객층을 고려할 때 원작의 어두운 분위기를 그대로 고집할 수만은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뮤직비디오를 생각나게 하는 지나친 색보정, 과도한 편집, 서투룬 특수효과는 뭐랄까, ‘키치’(kitch)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저 못 만든 영화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단정해서 말하기 힘들다. 사실 ‘kitch’와 ‘bad’는 한발 차이 아닌가.

-시퀀스를 예를 들어 설명해줄 수 있나.
=예를 들면 지붕 위의 추격장면은 도무지 시간과 공간을 예측할 수 없게 하는 편집 탓에 kitch를 넘어서 bad에 가깝다. 최후의 오니건과의 격돌장면조차 잘 못 만든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아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

-밝은 표정으로 나오기에 영화가 좋은 줄 알았다.
=하하하. 여주인공에 매료돼서 그랬나 보다. 한국영화를 좋아하는데, 전지현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어둡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야는 연기하기가 쉽지 않은 캐릭터였을 텐데 잘 소화해냈다. 사실 여고생 교복을 입은 동양 소녀는 자칫 우스꽝스러워지기 쉬운 캐릭터 아닌가. 액션연기도 믿을 만했고 대사 처리나 눈빛 연기도 무난했다. 그녀는 할리우드 액션 배우도 아니고 약한 소녀의 이미지도 아닌 중도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한 것 같다. 이 영화를 한국 감독이 연출했다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나왔을 거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한국영화의 어떤 면이 좋은가.
=물론이다. 한국영화 중 <살인의 추억>과 <친절한 금자씨>를 제일 좋아한다. 최근 개봉한 <추격자>도 재밌게 봤다. 한국 감독들은 슬픈 드라마와 유머를 잘 섞어서 관객이 10분 사이에 울고 웃게 하는 능력이 있다. <살인의 추억>이나 <괴물>은 드라마와 유머가 너무 뒤섞여 있어 가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호하기도 했다. <블러드>도 원작에 충실하게 가면서 중간중간 아이러니한 상황(그러니까 드라마와 유머가 섞이는)을 넣어 분위기를 완화해주는 쪽으로 갔으면 더 좋은 작품이 나왔을 거다.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나.
=한국 감독들이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었으면 한다.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를 기다린다. 한마디 더 한다면 전지현이 있는 한국에 가고 싶어졌다. (웃음) 전지현의 다른 영화들 좀 추천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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