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끝났지만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영화에서 ‘어린 라티카’를 연기한 9살 소녀 루비나 알리가 자신의 경험을 기록한 자서전을 집필했습니다. 8월16일 영국, 미국 동시 출간을 앞둔 자서전의 제목은 <슬럼독 드리밍>. 어린 소녀의 눈에 비친 뭄바이 빈민가의 삶과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출연 과정, 그리고 그 영화가 아카데미 8관왕 수상으로 화제가 되면서 그녀가 겪은 일화가 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5살 스타 사일리 마이러스가 최연소 자서전 집필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 고작 9살 소녀의 집필에 대해 의심의 눈길도 많습니다. 그러나 <인디펜던스 온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오스카 뒤의 변화를 보면 못해도 소설 한권은 나오겠다 싶습니다. 오스카 시상식 때 마련해준 5성급 호텔이 너무 커서 상대배우와 그의 엄마까지 불러 잠을 청했다거나, 미국 방문 이후 철도에서 일을 보는 대신 2루피를 내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게 됐다는 것 정도는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합니다.
정작 핵심은 이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경험한 지금 그녀의 삶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니콜 키드먼과 함께 소프트 음료 광고를 찍은 그녀는 “파파라치와 햇빛을 피해 컨테이너 안에서만 있는 그녀가 이상”했지만, 어느새 그녀를 흉내내, 집 밖에 나가지 않는 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쥐·바퀴가 우글대는 빈민가, 그곳의 아이들처럼 ‘더러워질까봐서’라죠. 영화 출연료는 고작 500파운드였지만, 미국이라는 풍요로운 나라의 생활과 할리우드 배우들의 삶이 가져다 준 충격은 그 이상이었던 거죠.
알리의 자서전 집필을 돕기 위해 그녀와 10주를 보낸 저널리스트 디비야 두가는 알리가 슬럼 시티를 벗어나 공부하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그 길이야말로 자신이 빈민가에서 벗어나는 길이라 여긴거죠. 대니 보일로부터 그녀가 기다리는 러브콜은 오지 않았지만 다행히 등록금은 대니 보일 감독과 제작사 클라우드 나인이 후원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