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정윤민] ‘박순경’은 지금 폭풍전야
2009-07-24
글 : 이영진
사진 : 최성열
<차우>의 정윤민

<차우>의 박 순경은 앉아서 ‘매’를 번다. 식인 멧돼지의 출현으로 마을이 쑥대밭이 됐는데도 비번이니 순찰에서 빠지겠다는 박 순경을 볼 때마다 삼매리 경찰서장은 언제나 ‘진압봉’을 찾는다. “그냥 깐족대는 건 아니고. 충청도식 깐족거림이에요. 슬슬 돌려가면서 말하니까 상대가 더 약오르죠.” 촬영 시작 일주일을 앞두고 막바지 오디션을 통과해 박 순경 역을 따낸 정윤민의 설명이다. 선배인 김 순경(엄태웅)에게 ‘삼매리 순찰 경력’은 자신이 더 많으니 ‘말을 놓자’며 일장연설을 하거나 식인 멧돼지의 습격에 자기 혼자 살아보겠다고 포클레인에 올라탔다가 비난을 뒤집어쓰는 장면. 관객은 박 순경의 정강이를 냅다 걷어차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남의 눈엔 고문관처럼 보이지만, 실은 ‘FM’이에요. 누가 뭐라 하든 제 길 가는 인물이죠. 경찰서장과 함께 순찰하는 초반장면에서 상관은 안중에도 없잖아요”

정윤민이 <차우>의 시나리오를 받아 본 건 비행기 타고 태평양을 건너면서였다. “오디션 합격 통보를 받고 난 다음날 미국으로 떠났으니까 캐릭터 분석할 시간도 없었죠.” 로케이션 일정이 어그러지면서 촬영 일정이 미뤄졌던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영화 속 박 순경은 대전이 고향인데 서울을 동경하죠. 저 또한 대도시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자라서 쉽게 감정이입이 됐는지도 모르겠어요.” 전라북도 남원 출신인 그의 학창 시절 꿈은 아나운서. 용인대 연극영화학과에 편입했던 것도 “발성과 화술 연습”을 위해서였다. “4학년 때 <맥베스> 공연을 했는데 제가 손을 드는 장면에서 누군가 ‘와’하는 탄성을 질렀어요.” 그때 무대에서 ‘우쭐’하지 않았다면, 대학 졸업 뒤 극단 유시어터에 몸을 담지도, 이후 <태극기 휘날리며> <그녀는 예뻤다> <6년째 연애중> 등에 출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차우> 촬영 뒤 찍은 시트콤 <그분이 오신다>에서도 코믹 느끼남으로 등장했던 그의 차기작은 ‘엄숙한’ 영화 <폭풍전야>. “<차우>가 소풍이었다면 <폭풍전야>는 고해성사하러 성당 가는 기분이었죠.” 캐릭터 설명이 곧 스포일러라며, 다만 “8kg이나 감량한 뒤 머리까지 기르고 나와서 박 순경 이미지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멀끔한 그의 얼굴이 <폭풍전야>에선 어떻게 돌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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