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가상 인터뷰] <국가대표> 차헌태
2009-08-19
글 : 김도훈
마덜, 나 봤어요?

-뭐가 좋다고 한국까지 왔어요? 미쿡에서 걍 살지.
=마덜 찾으러 왔죠.

-대체 엄마가 누군지 알고? 나 같으면 찾으러 안 와요. 자식 버린 부모 뭐 하러 찾으러 와요? 게다가 미국인 양부모님들도 아주 훌륭하신 분들이더만. 양어머니는 아파서 사경을 헤매는 상태인데다가 말이지.
=피는 물보다 진하다잖아요. 아무리 저를 버렸어도, 그래도 부모잖아요.

-에이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건 한국적인 개념이고….
=아니에요. 미국에도 똑같은 말 있어요. Blood is thicker than water.

-흠. 흠. 그건 그렇고. 미국에서 주니어 선수로 뛰긴 했지만 갑자기 한국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에 들어간다는 게 말이나 되남.
=국가대표팀이 되면 엄마가 절 알아보실까봐 그런 거예요. 입양아들이 친부모 찾기가 그리 쉽지가 않거든요. 부모쪽에서 보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니 어떻게든 유명해져야 했어요.

-뭐 그건 그렇다고 합시다. 하지만 어린 시절 자기를 버린 엄마를 만나겠다고 귀화까지 해버리는 건 도무지 이해가 안 가요. 귀화를 그렇게 쉽게 결정하는 사람이 대체 어딨습니까. 귀화를 하면 미국 국적을 잃어버리는 거예요. 알고 계셨죠?
=알고 있었죠….

-정말 알고 있었어요? 한국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아요. 귀화하는 순간부터 한국에서보다 훨씬 많은 인생을 살았던 미국이라는 나라와 이별을 한다는 거예요. 친구와 가족을 비롯해서 지금까지 당신이 만들어온 삶과 바이바이를 하는 거라고.
=엄마를 찾아야 해서….

-이 사람이 진짜 이해를 하긴 한 거야? 방 코치 새퀴한데 속은 거 아녀?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한국 여권이 미국 여권과 비교하면 얼마나 쓸모없는지 아는가 모르겠네. 게다가 미국 한번 가려면 대사관에 줄서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지 알아? 내가 예전에 LA 갈 때 말인데 비자 하나 받으려고 2시간을 그 추운 겨울에 광화문 한복판에 서서….
=잠깐만요. 후회. 물론 조금 했어요. 그래도 결과적으로 국가대표가 됐어요. 쓰레기 삼류인생이 모인 국가대표팀이지만 최선을 다했어요. 자막 보셔서 알겠지만 이후에는 성공적인 국가대표팀으로 거듭났잖아요. 미국에서의 인생도 사실 그리 즐거웠던 건 아니에요. 선수생활도 끝장이었고 친구도 별로 없었고.

-미국에서 왕따였나보네. 그래서 한국에 온 거구만.
=사람이 왜 이렇게 냉소적이에요?

-당신도 한쿡에서 5년만 더 살아봐. 어쨌든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어요. 어릴 때 미쿡으로 입양갔으면서 왜 이렇게 한국말을 잘해? 박찬호는 2, 3년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오더니 혀가 스크루바처럼 꼬이더만.
=미국에서도 열심히 연습했으니까 그렇죠. 요즘은 한국말 더 늘었어요. <애국가>도 잘 불러요. 불러볼까요?

-됐수다. 기분도 어정쩡한데 소녀시대 노래나 하나 뽑아보쇼.
=소… 녀… 시대요?

-소녀시대. 걸스 제너레이션. 몰라? 이 사람 한국 사람 되려면 아직 멀었구만. 모름지기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한국 남자라면 소녀시대 정도는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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