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칸국제영화제. 개막작 <사랑해, 파리>를 위해 무대에 오른 감독, 배우는 족히 서른명을 넘었다. 도전만으로도 이미 빛나는 시도였다. 전세계 감독과 배우가 만나 이룬 ‘파리 하모니’ 뒤에는 프랑스 출신 제작자 에마뉘엘 벤비히가 있었다. 그가 이제 두 번째 ‘불가능한’ 도전을 감행한다. 11명의 각국 감독이 함께한 ‘뉴욕 예찬’. <뉴욕 아이 러브 유>는 기존 옴니버스영화의 형식을 탈피해 하나의 주제 안에 유기체있는 흐름을 형성하는 새로운 방식의 영화다. 스스로 ‘컬렉티브 피처 필름’이라 명칭하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벤비히는 참여한 감독, 배우들이 다같이 이해할 수 있는 대화 창구 역할을 수행해냈다. 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뉴욕 아이 러브 유>로 영화제를 찾은 에마뉘엘 벤비히를 만났다.
-<사랑해, 파리>의 파리에 이어 이번엔 뉴욕 예찬이다.
=파리와 뉴욕은 근본적으로 다른 도시다. 그래서 영화도 달라지는 거다. 두 작품이 시리즈 형식이지만 시리즈영화는 아니다. 두 도시의 다른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랑해, 파리>가 파리 20개구를 대상으로 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장소 규정없이 뉴욕을 탐험했다. 뉴욕이라는 조건만 만족시킨다면 어느 곳에 가서 찍어도, 설령 같은 장소를 두 감독이 겹쳐 찍어도 상관없도록 자유를 주었다.
-파리 태생이 보는 뉴욕은 어떤 도시기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도시로 선정했나.
=7살 때 사업차 아버지가 뉴욕으로 가게 되면서 파리와 뉴욕을 오가면서 자랐다. 그 당시 날 돌봐주던 보모가 24살 여성이었는데, 어린 나이에도 너무 예뻐 보였고, 일종의 사랑을 느꼈다. (웃음) 그때 감정을 지금도 항상 간직한다. 어릴 적부터 간직한 뉴욕에 대한 동경을 <사랑해, 파리> 때는 미국 감독과의 작업으로 이어갔고, 이번엔 아예 뉴욕을 배경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랑해, 파리>가 짧은 단편들의 모음이라면 <뉴욕 아이 러브 유>는 그것보다 긴 에피소드들의 연결이다. 사실 <사랑해, 파리>는 각 에피소드를 연결할 중간 과정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영화가 짤막한 스케치의 모둠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런데 난 그때도 18개의 에피소드들을 하나로 연결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엔 11개 스토리 중간 중간에 일종의 흐름을 만들어주었다. 전작보다 통일되고 유기적인 하나의 영화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촉망받는 각국의 감독들을 영입한 <사랑해, 파리>와 달리 <뉴욕 아이 러브 유>는 배우들의 연출 데뷔라는 모험수도 두었다.
=내털리 포트먼은 시나리오를 굉장히 잘 쓴다. 전개 기술이 정말 뛰어나다. <사랑해, 파리>에 출연했을 때 그의 재능을 알 수 있었다. 스칼렛 요한슨은 그녀가 먼저 참여하고 싶다고 제안해왔다.
-그럼에도 스칼렛 요한슨의 에피소드는 개봉 버전에서 빠졌다. 내털리 포트먼과의 자존심 대결로 이슈를 모으기도 했는데.
=토론토국제영화제 때 삭제되지 않은 전편이 상영됐었다. 영화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출품했는데, 완성하고 나서 요한슨의 작품과 러시아 감독 앙드레 지아겐제프의 에피소드를 빼기로 결정했다. 특별히 문제가 있다기보단 영화적인 통일성을 위한 결정이었다. 요한슨의 작품만 흑백이었던 것도 편집의 이유였다. 아쉬운 결정이었지만, 대중이 이해하는 영화를 만들려면 필요한 선택이었다. 영화의 생명은 흐름과 통합성 아닌가.
-벌써 상하이를 무대로 하는 <상하이 아이 러브 유>도 제작 중이다. 도시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직접 제작은 하지 않지만, 판권 허가를 내준 리오데자네이루, 예루살렘 프로젝트도 있다. 모두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도시, 그리고 무엇보다 이 도시들 모두 사랑의 신화가 있는 도시라는 점이다. 그게 가장 큰 이유다. 파리는 ‘사랑의 도시’라 처음으로 선택했고. 뉴욕은 로맨틱코미디의 본거지라서 택했다. 리우데자네이루는 관능적인 음악과 춤이 존재하는 사랑의 도시, 예루살렘은 종교와 결합된 미스터리한 사랑이 존재하는 도시다. 그리고 상하이에선 1930년대 순종적인 여성, 정조의 사랑이라는 동양적인 가치관이 존재하는 도시를 염두에 두었다.
-서울과의 개인적 인연은 없나. ‘서울 아이 러브 유’도 기대되는데. (웃음)
=한국에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조상 중 한명이 경제학자인데 영화 발전에 대해 연구했다. 풀스토리는 차차 밝히겠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