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숨통을 끊어놓을 듯 날 선, 사회적 부조리극 <송곳니>
2009-10-09
글 : 김도훈

<송곳니>Dogtooth
요르고스 란티모스/그리스/2009년/108분/월드 시네마

어떤 영화제든 관객의 숨통을 끊어놓을 듯 날 선 영화가 한편 정도 있게 마련이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가장 날 선 영화는 부조리극의 형식을 빌어 관객에게 송곳니를 밀어넣는 그리스 영화 <송곳니>다. 영화는 거대한 담장으로 외부와 격리되어있는 교외 저택에 사는 한 가족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아버지는 아내와 자식들의 생활을 모조리 통제하는 독재자다. 초췌한 어머니는 아버지의 독재에 조용히 가담하는 힘없는 인간이다. 두 딸과 막내 아들은 어린 시절부터 외부와 완전히 격리되어 살아왔다. 백치같은 그들에게 바깥 세상은 고양이라는 괴물들이 자신들을 노리는 무시무시한 지옥일 따름이다. 그러나 막내 아들의 성욕 해소용으로 아버지가 정기적으로 데려오는 한 여자에 의해 그들만의 세계는 조금씩 망가지기 시작한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송곳니>는 억압적인 정치, 사회, 체제를 비판하는 사회적 부조리극이다. 대사와 음악을 극도로 절제한 채 흘러가던 영화는 고양이를 가위로 학살하거나 자신의 이빨을 돌로 찧는 장면 등 극도로 폭력적인 시퀀스를 터뜨리며 균열의 클라이막스를 마무리짓는다. 주목할만한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두번째 영화 <송곳니>는 미하엘 하네케의 영향력 아래 태동한 문제작이라 할 만 하다.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봉준호의 <마더>를 젖히고 대상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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