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조니 토가 점찍은 홍콩영화의 미래
2009-10-12
글 : 주성철
<엑시던트>의 소이 청

조니 토에게 가장 주목하고 있는 후배 감독을 얘기해달라고 했더니 단숨에 소이 청이라고 답했다. 물론 그가 제작한 작품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올해 <엑시던트>로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그는 홍콩영화의 밝은 미래라 불러도 좋다. 오래도록 조감독 생활을 한 그는 최근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 ‘액션 아시아’상을 수상한 <구교구>(2006), 인기 일본 만화원작을 영화화한 <군계>(2007) 등으로 주목받으며 엽위신 감독과 함께 홍콩영화를 짊어질 젊은 기수로 떠올랐다. 거기에는 <엑시던트>의 시나리오를 쓴 ‘절친’ 작가 제토 캄 유엔도 포함돼 있다. “<열혈청년>(2002)때 제토 캄 유엔을 만났는데 그가 엽위신과 중학교 동창이라 다 함께 친해졌다. 함께 영화 얘기 많이 하는 친구들”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이렇게 이들 세 사람은 현재 홍콩영화계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이름들이다.

<엑시던트>에서 브라이언(고천락)은 교묘하게 사고로 위장하여 사람을 죽이는 살인청부업자다. 그러던 중 동료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자 그는 누군가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사고를 조작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홍콩의 밀집된 지역 내에서 사고를 위장하는 전문가적인 솜씨는 영락없이 ‘밀키웨이 스타일’이다. <비상돌연> <천공의 눈> 등이 그러했듯 조니 토가 이끄는 영화사 ‘밀키웨이 이미지’ 출신 감독들의 연장선에 있는 것.

이에 대해 소이 청은 “밀키웨이의 기존 스타일과 유사하면서도 나만의 차별점을 심는 게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엑시던트>는 재촬영을 거듭한 끝에 무려 17개월 동안 촬영됐다. 소이 청은 홍콩의 톱스타로서 그 기간 동안 어쩔 수 없이 다른 성격의 영화들을 촬영할 수밖에 없었던 고천락이 가장 고맙다. 그렇게 <엑시던트>는 진득한 장인의 솜씨가 배어있는 작품이다. 최근 영화들의 경향과 별개로 그는 <고택심황황>(2003)이나 <애, 작전>(2004)처럼 호러와 코미디에도 재능을 보였던 인물이다. 당연히 예전의 그를 그리워하는 팬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내 취향의 변화를 고려할 때 당분간 예전으로의 회귀는 없을 것”이라며 웃는다. <엑시던트>를 보고 이제야 팬이 됐다면 더 기쁠 말이다.

사진 박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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