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어쩔 도리 없는 다리오 아르젠토 영화 <지알로>
2009-10-13
글 : 김도훈

<지알로> Giallo
다리오 아르젠토/ 이탈리아, 영국/ 2008년/ 92분/ 다리오 아르젠토 특별전

다리오 아르젠토의 신작 제목을 처음 듣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지알로(이탈리아어로 ‘노란색’이란 의미)라니. 지알로는 다리오 아르젠토가 거의 창조하다시피한 이탈리아 호러 스릴러 장르를 총칭하는 단어다. 영화 제목을 굳이 <지알로>라고 지었다면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첫째. 자기가 창조한 장르의 완벽한 총정리를 보여주거나, 둘째. 자신이 만든 지난 작품들을 오마주 혹은 패러디 하거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알로>는 두 가지 사례에 모두 해당하는 영화다.

영화 속 옐로우(지알로)는 외국인 미녀들을 택시로 납치해서 얼굴을 훼손한 뒤 죽여버리는 뒤틀린 살인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명한 영국인 패션모델 셀린이 옐로우에게 납치당한다. 동생을 보러 이탈리아 토리노에 온 언니 린다는 동생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중 뉴욕에서 온 이탈리아 형사 엔조를 만난다. 두 사람은 일종의 팀을 이뤄서 옐로우와 셀린을 찾아 나서기 시작하는데, 알고 보니 엔조는 옐로우와 비슷한 어린 시절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

<지알로>는 어쩔 도리 없는 다리오 아르젠토 영화다. 스토리텔링과 대사, 영화적 설정의 자연스러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오랜 팬들이라면 이미 그런 자연스러움 따위 기대하지 않을게다). 물론 그에 반해 아르젠토 영화가 언제나 보여주던 거칠지만 현란하게 재단된 폭력과 살인 장면의 대담함은 여전히 살아있다. 특히 거침없이 달려가는 후반부의 힘은 정말 세다. <지알로>의 또 다른 재미는 예전 지알로 영화들이 보여주던 무언의 규칙들을 아르젠토가 하나씩 뒤집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스포일러가 될 테니 더 자세히 말할 순 없다만, 범인의 정체가 초반에 바로 공개된다는 사실부터가 꽤나 아르젠토로서는 혁명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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