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이탈리아 영화의 부흥 <아이 엠 러브>
2009-10-14
글 : 김도훈

<아이 엠 러브> I Am Love
루카 구아다니노 / 이탈리아 / 2009년 / 120분 / 갈라 프레젠테이션

이탈리아 영화의 부흥이라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이탈리아 영화계는 작년 칸영화제에서 <일 디보>와 <고모라>를 통해 당당하게 부활을 선언했고, 올해 베니스에서 공개된 <아이 엠 러브>는 부활의 절정을 선포했다. <아이 엠 러브>는 그 옛날 이탈리아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재벌 귀족 가문의 몰락기다. 러시아 출신의 엠마는 밀라노의 상류 재벌가문인 레키 가(家)에 시집와서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낳고 살아왔다. 그런데 시아버지가 남편 탄그레디와 아들 에도를 동시에 가문의 공동 후계자로 지명하면서 점점 부자 사이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게다가 런던으로 유학간 딸은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을 하고, 엠마 역시 아들 에도의 친구인 요리사 안토니오와 격정적인 불륜에 빠진다.

팔레르모 출신의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는 한 재벌 귀족가문이 서서히 추락하는 과정을 아연이 질색할 만큼 유미적인 영상언어로 직조해낸다. 우아한 카메라 워크와 격정적인 음악과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어깨선처럼 완벽한 프로덕션 디자인을 보고 있노라면 이 영화가 비스콘티와 로셀리니로 대표되는 이탈리안 시네마의 미학적 후손임은 금새 눈치 챌 수 있다.

겨우 다섯 편의 영화를 만든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가 <아이 엠 러브>를 발판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를지 아닐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래도 비스콘티의 걸작 <레오파드>의 21세기적 재연이라 불릴만한 <아이 엠 러브>가 이탈리아 영화의 새로운 부흥을 알리는 상징적인 영화라고 말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 특히 당신이 영국 여배우 틸다 스윈튼의 팬이라면 이 영화는 2시간에 달하는 격정적인 여행이 될 게 틀림없다. (영어는 전혀 못하는 척 시침 뚝 떼고)이탈리아어와 러시아어로만 연기하는 틸다 스윈튼의 연기는 그녀 경력 중에서도 최상급이다. 로셀리니의 곁으로 날아가서 걸작들을 내놓은 잉그리드 버그만을 연상시킨달까. 올해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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