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고>의 김태균 감독은 제작비 60억원짜리 블록버스터답지 않게 신인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신인이 아니었으면 이 고된 촬영을 어떻게 견뎠을까 싶다.`는 게 김감독의 말이다. 촬영기간 11개월 동안 안전장치도 없이 5~10m 높이의 와이어에 매달리고, 6번 졸도하기까지 하면서 고생한 주인공 신인은 장혁(25)씨다. <학교> <왕룽의 대지> 등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는 이미 스타이지만 본격적인 영화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경수는 어린아이 같고 만화적인 캐릭터다. 어렸을 때 만화광이었다. 그때 봤던 <미래소년 코난> 같은 만화와 <토이스토리> <슈렉> 등 3D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표정을 연구하고 따라했다. 만화의 표정은 섬세하진 않지만 포인트가 세게 들어가 있다.`
<화산고>에서 장씨의 표정은 정말 만화같다. 약간 좌우 비대칭인 그의 얼굴이 훨씬 더 찌그러져 보이고, 웃을 때 헤 벌린 입에선 금새 침이라도 흘러나올 것 같다. 그러나 액션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와이어신뿐 아니라 디셀로나(공기압을 사용해 사람을 빠른 속도로 잡아당기는 기계)의 공기압이 갑자기 증가해 기절한 적도 있다. 졸도해도 깨어나면 또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 실려간 적은 한번 밖에 없다. 안전장치가 변변치 않아 믿을 건 와이어를 잡아당기는 사람들인데,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소주도 마시면서 친해지니까 믿음이 생기더라.`
장씨는 `제2의 정우성`이란 별명에 대해 `우성이 형이랑 무척 친한데, 내가 보기엔 별로 안 닮았다.` 면서 `같이 다녀 보면 우성이 형은 인파 속에 있지 않고 방랑자처럼 혼자 가는 것 같다, 나는 방랑자의 느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제2의 정우성'이라는 호칭이 처음에 내 이미지를 만들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다른 이미지로 변신하고자 할 때는 걸림돌이 될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 이미지를 바꾸고 싶은 의도가 많았다. 앞으로 만화 <하리케인 조>의 조 같은 극단적 아웃사이더에서 <기쁜 우리 젊은 날>의 안성기 같은 역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 보고 싶다. 그래서 배우로서 내 이미지가 동그란 원을 그리게 되면, 관객들이 내가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이런 느낌일 거야' 하고 예단하지 않고 `이번엔 어떤 느낌일까' 하는 궁금함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장씨는 또 `멋있는 데서 오는 카리스마보다 인간적인 느낌에서 오는 카리스마가 더 강한 것 같다`면서 `멋있어서 따라하고 싶은 건 오래가지 않지만, 인간적인 느낌은 울게도 하고 감동도 시키면서 깊게 각인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의 다음 영화는 조민호 감독의 <정글쥬스>로 청량리 윤락가 주변에서 사는 `조폭 똘마니'들의 이야기다. 일주일 전에 촬영을 마쳤고, 지금은 텔레비전 사극 <대망>(송지나 각본, 김종학 연출)을 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