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가상 인터뷰] <바스터즈>의 한스 란다와 <시간여행자의 아내>의 헨리
2009-11-18
글 : 김도훈
2차대전의 결말을 아느뇨?

-어머, 브래드 피트에게 머릿가죽이 벗겨져서 저승길 간 줄 알았더니 쌩쌩하시네요.
=히틀러가 암살당하는 영화의 주인공인데 그깟 머릿가죽 좀 벗겨진다고 내가 죽겠는가. 천하의 한스 란다가 그리 쉽게 죽을 줄 알았는가. 그나저나 자넨 이름이 뭔가?

-한국의 영화 주간지에서 근무하는 김도훈이라고 하는데요.
=한국? 한국이 어딘가?

-영어로는 코리아고요… 독일어로는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오, 코리아. 내가 살던 시절에는 일본제국의 속국이었지. 조선이라고 했던가. 여하튼 뭐 속국 따위 내가 신경쓸 바는 아니군.

-아, 어째 제 기분이 쪼끔 발끈하는걸요. 지금은 독립국가입니다. 독일과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1945년에 독립했지요.
=뭐? 독일이 2차대전에서 패배했다고? 누가 그러던가, 누가? 제3제국은 절대로 패배하는 법이 없어.

-에이, 2차대전의 전황을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일본이 애꿎은 진주만을 건드려서 미국이 출전했어요. 곧이어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성공해 서부전선을 탈환했지요. 그리고 러시아군이 동부전선을 다시 장악하자 사면초가에 몰린 히틀러가 여친과 함께 자살하면서 전쟁은 연합군 승리로 끝났거든요.
=웃기시네. 내가 아는 2차대전은 그렇지 않다능. 히틀러, 괴벨스 등이 유대인 계집애 쇼사나 드레퓌스가 운영하던 극장에서 폭사를 했어. 그러나 머릿가죽이 벗겨친 채 살아남은 내가 베를린으로 돌아가서 패배감에 쩔어있던 나치를 새로 규합했지. 그리고 폰 브라운 박사가 미국보다 먼저 개발한 핵폭탄을 런던, 모스크바, 뉴욕에 동시에 떨어뜨리면서 독일의 승리로 끝났어.

-그게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이후의 이야기라고요?
=당연하지. 그 영화 속 가상의 2차대전은 그렇게 마무리가 된다네.

-필립 K 딕의 <높은 성의 사나이>가 아니고요?
=그게 뭔데?

-2차대전이 독일의 승리로 끝났다는 가정하에 쓰인 대체역사 SF의 걸작입니다.
=그 작자가 그 소설을 언제 썼는데?

-제 기억으로는 1963년일겁니다.
=그러니까 말도 안되는 소리지. 1963년의 미국은 위대한 독일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던 시기야. 영어처럼 오락가락하는 언어가 세계어가 될 리 없지 않은가.

-영어가 공용어가 돼서 좀 정신사납기는 해요. 워낙 관용어와 변칙이 많은 언어라서. 휴우….
=바로 그 때문에 위대한 독일이 세계어를 독일어로 싹 통합했잖나. 뭐, 제2 언어로 일본어를 허용하고 있긴 하지만.

-에이, 독일어도 싫어요. 난 단어 하나를 두고 남자니 여자니 성별 나누는 언어는 영 복잡해서 싫더라.
=네 이놈, 말대꾸가 마를렌느 디트리히의 되바라진 춤처럼 요란하구나. 너 같은 하류인종 하류인생은 텍사스의 달라스 수용소로 직행이야!(한스 란다의 호령이 떨어지는 순간 요란한 불꽃이 튀면서 벌거벗은 남자가 나타난다)

-헉, 누구세요?
=전 시간여행자 헨리라고 하는데요. 지금 마누라 찾아다니고 있거든요. 근데 지금이 언제예요, 대체?

-여기 한스 란다 소령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독일이 2차대전에서 승리하고 미국을 점령한 시대래요.
=니미럴, 또 잘못 왔네. 어제는 하필 땅속으로 꺼져 들어가는 LA에 도착해서 진짜로 죽을 뻔했는데. 저 다시 갑니다. 두 분 다 2012년 조심하세요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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