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문원주] 열정을 조절하는 법
2010-01-28
글 : 김성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주유소 습격사건2>의 문원주

냉탕과 열탕을 연달아 들어간 느낌이 이런 것일까.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2>에서 폭주족으로부터 주유소를 지키는 아르바이트생 중 한명인 ‘들배지기’는 장정 두셋쯤은 거뜬하게 들어 넘기는, 한마디로 장사다. 하지만 거구와 어울리지 않게 여자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순정파. 또 평소에는 말을 더듬으며 느릿느릿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다가도 돈을 계산할 때는 속사포처럼 암산을 하는 인간전자계산기다. 이처럼 극단을 오가는 면모를 자연스럽게 보여줌으로써 들배지기를 주유소 안에서 신명나게 뛰어놀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생애 첫 주연을 맡은 문원주의 노력이요, 고심의 결과다.

“제발 그만해도 좋다”고 조감독이 말릴 때까지 자신을 보여준 오디션에서의 열정은 촬영 첫날까지 이어졌다. “절대 살을 빼지 말라”는 김상진 감독의 지시에 평소 먹는 양의 3배 이상의 음식을 해치웠고, “들배지기가 씨름선수 출신인 만큼 하체를 강화해야 한다”는 신재명 무술감독의 지도에 앉았다 일어나기를 하루에 300번씩 실시했다. 부산 출신으로 난생처음 해보는 충청도 사투리를 위해 “개그맨 최양락 선배님이 출연한 방송을 복기하면서 말투의 코믹한 포인트를 익혔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의욕이 다소 과했던 것일까. 촬영 첫날, 김상진 감독은 두달 동안 연구한 그의 캐릭터를 벗어던지라고 명했다. 식상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화낼 때는 그냥 화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라는 감독의 단순한 지시가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는 현장편집을 통해 연기가 정확하게 이어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감독이 시키는 대로 따랐다.

공들여 연구한 캐릭터가 한풀 꺾이긴 했으나, 항상 공부하는 자세는 늘 문원주를 든든하게 한다. 이는 스승인 배우 이재용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배우의 ‘배’(俳)자는 사람 인(人)에 아닐 비(非)를 써서 배우는 사람이 아닌 것을 뜻하고, 항상 배우면서 살아가는 것이 배우”라는 말이다. 데뷔작인 드라마 <황금사과>(2005)를 비롯해 처음으로 비중있는 역을 맡았던 <해부학교실>(2007), 그리고 자신을 뒤돌아보게 한 <모던보이>(2008) 등 문원주는 항상 배움에 대한 뜨거운 욕망과 자세를 가슴에 새겨왔다. 늘 새로움을 갈망하는 그의 다음 선택은 얼마 전에 촬영이 끝난 <방자전>에서의 진지하고 남자다운 말호 역과 곧 촬영예정인 <카우보이>에서의 정신지체아 역이다. “비슷한 역은 되도록 피하고, 최대한 다양한 배경의 역할들을 해보고 싶다. 그게 내 욕심이다.” 순간 그의 작은 눈이 유난히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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