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지금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영화다. 고 김기영 감독의 동명 작품을 리메이크했고, <오래된 정원> 이후 약 3년에 걸쳐 차기작을 모색하던 임상수 감독의 신작이며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밀양> 이후 결혼과 출산으로 잠시 활동을 멈췄던 전도연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최근 개봉날짜(5월13일)가 정해지고 마케팅 순서에 따라 티저 예고편과 포스터, 몇몇 스틸들이 차례로 공개되면서 관심의 총량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과연 <하녀>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하녀>를 미리 엿볼 수 있는 키워드로 ‘공간’을 선택했다. 다음은 몇장의 미공개 스틸과 이하준 미술감독의 증언으로 가늠해본 2010년판 <하녀>다.
유리와 거울로 보다 넓게
<하녀>에서는 유리와 거울을 이용한 연출이 눈에 띌 듯하다. 이하준 감독은 “공간마다 유리의 질감을 다르게 했고, 거울을 소품이라기보다는 공간을 확장시키는 개념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 집의 주방. 은이보다는 이 집에서 오랫동안 시중을 들어온 병식(윤여정)과 밀접한 공간이라고. 주방 뒤에 있는 긴 복도를 지나면 병식의 방이 있다. “모닝커피를 커피전문점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뽑아 마시는 모습 등”에서 이 집안 사람들의 취향을 엿볼 수 있을 듯 보인다.
집 안 곳곳을 한눈에
안주인 해라(서우)와 주인 남자 훈의 침실, 그리고 해라의 파우더룸이다. <하녀>의 예고편에는 욕조를 닦고 있는 은이와 파우더룸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는 해라의 모습이 훈의 시점에서 동시에 보이는 장면이 있는데, 그처럼 이 집의 공간은 때에 따라 하나의 앵글에 담을 수 있도록 위치해 있다. “자유로운 동선이나 제한적이지 않은 카메라 앵글을 위해 열려 있는 공간을 생각한” 설정이다.
욕망이 꿈틀꿈틀
김기영 감독의 <하녀>에서 주인공 동식(김진규)의 2층집은 하녀만큼 중요한 캐릭터였다. 당대 사람들의 욕망을 상징했을 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까지 집의 구조를 통해 드러났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에서도 주인공 훈(이정재)의 집안은 격렬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을 듯 보인다. 이하준 미술감독은 실제 2층집을 세트로 만들었다. “안전상 필요한 기둥을 없애는 게 가장 힘들었다. 전체적으로는 미니멀한 느낌을 주기 위해 공간을 채우기보다는 단순화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극중 은이(전도연)의 모습이 담긴 이 스틸에서도 공간의 컨셉이 드러나고 있다. 은이의 의미심장한 표정이 도화지 위에 오롯이 그려진 느낌이다.
화려하면서 건조한 느낌
“단순히 잘사는 집이라기보다는 집 전체가 마치 갤러리 같다는 느낌을 가졌으면 했다.” 거실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집은 블루와 그레이 계열의 차가운 색감이 주를 이룬다. 실제 대리석을 이용한 것도 그 때문. 방 안의 벽지 또한 패턴을 만들기보다는 정직한 색이 주는 시각적, 감성적인 느낌을 전달하려고 했다. “넓은 공간에 작품들이 툭툭 놓여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는 이하준 감독의 말에 따르면, 이 집은 화려하되 다소 건조한 느낌을 가질 듯 보인다. 임상수 감독은 공간적인 느낌은 이하준 미술감독에게 맡겼지만, 가구나 소품들은 일일이 설정했다고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음식, 와인, 와인잔 하나하나가 그의 주문에 의해 맞춰진 것이다.
신분차를 보여주는 두 계단
김기영 감독의 원작에서 계단은 죽음의 장소였다. 동식의 아들 창순(안성기)과 하녀(이은심)가 계단에서 죽었다. 임상수 감독이 계단을 어떻게 활용했을지도 궁금한 부분이다. 이하준 감독은 “원작처럼 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원작보다 공간이 많기 때문에 한개의 계단만 가지고 다양한 동선을 잡기가 어려워 보였다.” <하녀>에는 거실쪽 계단과 하녀가 이용하는 계단이 따로 등장할 예정이다. 주인과 하녀의 경계를 명확히 보여줄 설정이다.
은밀한 곳은 좀더 어둡고 차갑게
원작의 동식처럼 피아노를 치는 남자인 훈 또한 피아노 방을 갖고 있다. “아침식사를 준비한 은이가 주방에서 나와 거실을 통과해 들어오는 순간 피아노를 연주하는 훈의 모습이 비주얼적으로 강하게 드러나기를 원했다. 다른 공간에 비해 좀더 어둡고 차가운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집주인 남자와 하녀의 눈빛이 가장 많이, 가장 격렬하게 오고갈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