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서울의 지붕밑> 이형표 감독 별세
2010-04-26
글 : 주성철

안타깝게도 또 한 명의 원로영화인이 세상을 떴다. 데뷔작 <서울의 지붕밑>(1961)을 비롯 <말띠 여대생>(1963), <너의 이름은 여자>(1969) 등을 만들며 과거 한국영화계의 대표적인 흥행감독으로 자리매김했던 이형표 감독이 4월 26일 오전 향년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서울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이형표 감독은 미국 공보원과 국제연합한국재건단에서 군 홍보 및 기록영화를 제작하며 영화현장에 발을 들여놓았으며, 1953년에는 미국 파라마운트사에서 제작한 오언 크렘프 감독의 3D 입체영화 <휴전>의 조감독으로 일했다. 이후 신상옥 감독의 <무영탑>(1957)을 각색했고 1958년 신필름에 입사하게 되는데 <동심초>1959)와 <성춘향>(1961)에서 촬영감독을 맡는 등 영화 제작과정 전반에서 실력을 뽐낸 장인이었다. <성춘향>은 당시 한국 최초의 컬러 시네마스코프 영화였다.

같은 해 데뷔작 <서울의 지붕밑>이 큰 성공을 거두며 본격적인 감독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신성일, 엄앵란 주연 <말띠 여대생>, 김진규, 김지미 주연 <너의 이름은 여자>, 박노식, 여운계 주연 <방자와 향단이>(1972), 임예진, 이덕화 주연 <이런 마음 처음이야>(1976), 백일섭 주연 <남자 가정부>(1979) 등 멜러, 사극, 코미디, 학원물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꾸준히 흥행작들을 만들었다. 구봉서와 김희갑, 서영춘 등 당대의 인기 코미디언들이 총출동한 <염통에 털 난 사나이>(1970)나 홍콩스타 리칭이 신영균과 함께 출연한 한홍합작영화 <리칭의 여선생>(1972), 공포영화 <관속의 드라큐라>(1982)에 이르기까지 그는 대중의 기호를 잘 포착하여 완성도 높은 대중영화들을 꾸준히 만들며 큰 사랑을 받았다.

1970년대 전성기를 지나 1980년대 초반까지 매해 2-4편씩 영화를 내놓으며 왕성하게 활동했으나 윤일봉, 조용원 주연 <먼 여행 긴 터널>(1986)을 끝으로 공식적인 작품 활동을 쉬었다. 2000년대 이후에도 외부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등 지병은 없었으나 최근 감기합병증이 심해진 것이 직접적인 사인이 됐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지하 1층 6호실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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