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를 맞아 올해 초 넉달간의 아시아 박스오피스 순위를 만들어보았다. 여덟개 나라 박스오피스 데이터를 이용해 2010년 극장 개봉한 아시아영화들의 수익을 추적했더니, 상위 25위에 든 영화들의 총 박스오피스 수익은 4억1200만달러였다.
1위는 3600만달러의 수익을 거둔 <의형제>다. 25위권에 포함된 다른 한국영화로는 9위에 오른 <하모니>, 20위인 <사요나라 이츠카>, 23위 <용서는 없다>, 24위 <육혈포 강도단>이 있다. 4월 말을 기준으로 <사요나라 이츠카>만이 다른 나라에서 거둔 박스오피스 순익이 포함되었다. 2위는 일본의 <도라에몽: 노비타의 인어대해전>이 325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순위에 든 다른 두편의 일본 애니메이션은 15위의 <명탐정 코난: 천공의 난파선>과 16위의 <프리큐어 올스타즈 DX2>다. 아직 개봉 중인 <명탐정 코난: 천공의 난파선>은 시간이 흐르면서 무난히 5위 안에 오르리라 예상된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박스오피스의 강자들이다.
3위는 성룡이 출연해 2760만달러를 벌어들인 중국의 <대병소장>이다. 이중 대략 400만달러는 한국과 타이를 포함해 중국 밖의 여섯 나라에서 벌어들인 수익이다. 이 영화가 아시아에서 거둔 총수익의 85%는 중국에서 거둔 수익이다. 이것으로 최근 성룡이 상징적인 의미가 있던 자신의 홍콩 사무실을 닫고 베이징으로 옮긴 것이 설명된다. 10위권에 오른 다른 네편의 중국영화는, <금의위>, 무정부주의 코미디 <월광보합>, 로맨스드라마 <전성열연>과 전기영화 <공자: 춘추전국시대>다. 25위 안에 든 12편 중국영화의 수익을 다 합치면 2억달러에 조금 못 미친다. 이는 25위권에 오른 영화들의 총수익의 절반을 차지한다.
한해의 첫 분기 기록을 바탕으로 만든 순위라서 중국어권 영화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설날 연휴가 연례적으로 극장 수익이 높은 때이긴 하지만 2009년에는 할리우드영화를 포함해도 중국에서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오른 일곱편의 영화는 하반기에 개봉한 영화들이었다.
아시아권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든 영화들은 4월 말까지 모두 19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25위 안에 든 영화들은 75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박스오피스 수치가 이런 규모에 이르면 동남아시아 영화가 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타이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영화 <수리요타이>(2001)도 최근의 환율로 환산해보면 1천만달러의 수익을 올렸을 뿐이다. 25위 안에 든 대만영화는 900만1천달러를 벌어들인 청춘 갱스터영화 <맹갑>이 유일하게 22위에 올라 있다. 타이베이를 제외한 지역의 박스오피스 기록은 신뢰할 수 없지만, 제작자들의 말을 그대로 믿어준다고 하면 <맹갑>은 대만 전체에서 800만6천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한다. 이 영화는 싱가포르와 홍콩에서도 개봉해서 46만3천달러의 추가 수익을 올렸다.
순위에 든 영화 중 다섯편이 베를린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며 상영됐다. <대병소장> <오토토> <소걸아> <골든 슬럼버> <맹갑>이다. <의형제>와 <전성열연>을 포함해 25위권에 든 영화의 대부분은 베를린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며 상영될 가치가 있는 작품들이다. 나는 이 영화들 중 12편과 반을 보았는데, 보다가 잠든 영화는 한편뿐이었다.
25위권 영화 중 칸영화제 상영작으로 선택된 영화는 한편도 없다. 그렇지만 더 놀라운 것은 순위에 든 영화 중 다섯편만이 칸에서 배급업자, 언론과 영화제를 위한 마켓에서 상영된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한국과 일본 판매 회사들은 다음번 이 차트에 오를 신작들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탓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