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내가 너의 시아버지가?”라고 말하던 오즈 영화의 류 치슈가 동양을 대표하는 ‘노인’이라면, 늘 흰머리와 수염의 고단한 표정으로 기억되는 막스 폰 시도는 서양의 불멸의 배우다. 류 치슈가 한창 젊을 때 수염을 달고 시아버지 연기를 했던 것처럼 막스 폰 시도도 주로 회장, 원로, 신부, 영주를 전문으로 연기한 백발의 노배우다. 하나뿐인 아들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정복자 펠레>(1987)와 <로빈후드> 사이에 20년 넘는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것이 생경할 정도다. 여덟살 아들을 둔 늙은 아버지이자 재혼을 해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정복자 펠레>의 아버지 ‘라세’와 로빈후드가 가짜 아들인 것을 알면서도 성의 평화를 위해 시침 뚝 떼고 그를 아들로 삼는 ‘월터 록슬리’ 경의 모습은 무척 닮았다. 20여년의 시간차만 있을 뿐 아들 앞에 당당한 아버지가 되고 싶어 하는 막스 폰 시도의 모습은 심금을 울린다. <정복자 펠레>에서 너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 것일까, <로빈후드>의 월터 록슬리는 최후의 순간까지 손에서 칼을 놓지 않는다.
씨네21
검색관련 영화
관련 인물
최신기사
-
[인터뷰] 배우의 역할은 국경 너머에도 있다 TCCF 포럼 참석한 네명의 대만 배우 - 에스더 리우, 커시 우, 가진동, JC 린
-
[인터뷰] ‘할리우드에는 더 많은 아시아계 프로듀서들이 필요하다’, TCCF 피칭워크숍 멘토로 대만 찾은 미야가와 에리코 <쇼군> 프로듀서
-
[기획] 대만 콘텐츠의 현주소, 아시아 영상산업의 허브로 거듭나는 TCCF - 김소미 기자의 TCCF, 대만문화콘텐츠페스티벌 방문기
-
[비평] 춤추는 몸 뒤의 포옹, <아노라> 환상을 파는 대신 인간의 물성을 보여주다
-
[비평] 돌에 맞으면 아프다, <아노라>가 미국 성 노동자를 다루는 방식
-
[기획] 깊이, 옆에서, 다르게 <아노라> 읽기 - 사회학자와 영화평론가가 <아노라>를 보는 시선
-
[인터뷰] ‘좁은 도시 속 넓은 사랑’,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개막작 <모두 다 잘될 거야> 레이 영 감독